방콕 도심에 4억㎥ 물 덮쳐, 주민 대부분 피난길 대혼란

26일 저녁 4억㎥의 대규모 물이 방콕 도심을 덮치면서 침수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방콕시 당국은 이미 26일 오후 침수 위험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해당 지역 주민 대부분이 밤늦도록 피난길에 나서면서 시내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27일 방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방콕 북쪽 랑싯지역에 있던 4억㎥의 물이 26일 저녁부터 방콕시로 유입됐다. 태국 정부가 밝힌 방콕시 물 배출 능력은 하루 3000만㎥다. 27일 오전부터는 물이 도심으로 확산돼 침수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태국 홍수구호운영본부(FROC) 본부장인 쁘라차 쁘롬녹 법무장관은 “침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태국 정부는 넝캠구 넝캉프루 지역 등 9개구 13개 지역을 침수 위험예상 지역으로 선포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미 북쪽 돈므앙 지역의 90%가 침수된 상태다.

방콕 북부의 지형은 저지대여서 태국 북부 지역에 내린 폭우가 모여들어 초대형 물저장 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38억㎥의 물이 고여 있으며 조만간 시 중심부를 덮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정부는 상류에서 강물이 유입되는 시기와 바닷물 조수가 높아지는 28∼31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주민대피를 위해 27일부터 닷새간이 임시 공휴일로 선포됐다.

태국 보건부는 방콕시내 병원에 입원 중인 중환자들을 항공편을 통해 인근 지역 병원으로 급히 옮겼다.

방콕포스트는 피난민들이 시외버스 터미널과 공항에 몰려들었지만 쉽게 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 칫 시외버스 터미널 관계자는 “고속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버스들이 길을 돌아와야 해 버스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일부지역은 며칠을 기다려야 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들도 자국 대사관을 통해 교민들이 대피에 적극 나서도록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방콕시는 전역이 10㎝ 이상,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1.5m 정도가 침수돼 1개월가량 그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기적인 대피생활이 예고되면서 주민들이 생필품과 식품 사재기에 나서 시내 물품이 동이 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수재민들이 식수부족으로 먹을 물 한 병을 못 사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방콕 시내에는 홍수에 위협을 느끼고 탈출한 악어 등 동물마저 시 당국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홍수의 위협을 예감한 악어들이 북쪽 교외에 있는 악어 농장을 탈출, 시내로 들어와 26일 현재 100마리가 잡혔다. 이 신문은 길을 잃은 개 등이 거리를 떠돌고 있으며 특히 악어와 함께 홍수 때 밀려들어온 뱀은 주민들에게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