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특집-‘No.1 코리아’ 우리가 만든다>SK이노베이션, 하루 평균 47만배럴 수출… 코리아에 ‘産油國’선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 남구 고사동 SK울산콤플렉스 제8부두에서 11만6000t급의 벨마호가 인도네시아로 출항하기 전 65만배럴의 경유를 선적하고 있다. 울산 =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지난 10월12일 울산 남구 고사동 SK울산콤플렉스 제8부두.

연무가 드리워진 바다 위로 거대한 유조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날 새벽에 접안한 11만6000t급의 벨마(Belmar)호로 65만배럴의 경유를 선적 중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가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석유제품이다.

길이 200m가 넘는 벨마호에는 SK에너지가 수출할 경유가 2개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쉴 새 없이 주입되고 있었다. 로딩암(loading arm)이라고 불리는 이 장비는 파이프 하나가 시간당 1만5000배럴을 선적할 수 있다. 최대 100만배럴 규모의 유조선에 선적하기 위해서는 2~3개의 로딩암을 통해 동시에 주입하게 된다. 2~3개의 로딩암으로 동시 선적하려면 복수의 모터를 이용해 파이프라인 내 압력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등 기술적인 정교함과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급증하는 수출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철원 SK에너지 석유출하2팀 교관은 “선적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유조선들이 근해에 정박한 채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운송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선적을 마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100만배럴급의 유조선도 입항부터 출하까지 36시간 이내에 출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울산콤플렉스 8개 부두에는 이날 역시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선박들이 거의 꽉 차 있었다. 특히 대형 선박이 접안하는 6~8부두는 이미 만원 상태로 인근에 선박들이 접안 대기 중이었다. 이들 8개 부두는 시간당 4만배럴, 하루에 96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출하 기반시설을 갖췄지만 수출 물량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정대호 SK에너지 석유출하2팀장은 “과거에는 소형 선박이 많았고 지금은 대형 선박이 많아졌다는 차이가 있다”며 “화학제품을 포함해 연간 평균 1200척의 선박이 선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 달 평균 100척의 배가 이곳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들 8개 부두에서 하루에 평균 31만배럴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국내 석유 소비량이 200만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전체 소비량의 15%가 SK 울산 부두를 통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전체로는 하루 평균 47만배럴이다.

서울 여의도 크기의 2.5배에 이르는 826만㎡(250만평)의 땅에 자리 잡은 SK울산콤플렉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심장부일 뿐만 아니라 단일 공장 규모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방대하다.

이런 모습을 갖춘 것은 20년 전인 1991년 6월 SK(당시 유공)가 석유정제공장과 폴리에틸렌 제조시설, 파라자일렌 제조시설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9개의 공장을 준공하면서부터다. 9개의 신규 공장이 들어서며 비로소 SK울산콤플렉스는 석유화학제품 공정의 수직 계열화를 이룰 수 있었고 지금의 틀을 갖추게 됐다.

이를 계기로 SK울산콤플렉스는 원유저장시설, 정유공장, 중질유분해공장, 나프타분해공장, 액화석유가스(LPG) 지하암반 저장시설, 송유관,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입을 위한 전용 부두를 갖추고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석유, 화학산업의 축소판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 수를 세기도, 그 길이를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많고 길게 늘어선 각종 굵기의 파이프라인과 하늘로 솟아 있는 수많은 기둥과 굴뚝이다. 이 파이프들은 액체와 기체로 이뤄진 원유와 석유제품들을 서로 다른 공정 간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운송하기 위해 쓰인다.

SK울산콤플렉스가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수직 계열화를 이룬 지 올해로 만 20년이다. SK울산콤플렉스가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1991년 당시 SK의 석유화학사업은 매출 4조원대에 수출 약 1조원대에서 지난해 매출 45조8669억원에 수출 27조72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1배, 수출은 27배로 성장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4~6월)에도 석유사업 수출 물량이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한 4321만배럴(5조7159억원)로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수출 물량을 기록하며 석유사업 전체 생산량 가운데 61%를 수출하는 등 수출 비중이 계속 늘어나 대한민국 대표 수출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 =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