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우뚝 솟아있는 드릴십(심해 석유 시추선) 건조 부두의 크레인이 글로벌 조선업계 1위의 위용을 과시하는 듯하다. 울산 =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지난 10월20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4안벽(선박이 접안하기 위한 벽면).
약 700m 길이의 안벽 옆에는 길이 350m, 폭 30m로 축구장 4개 크기인 1만3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MSC 크리스티나’호가 마무리작업을 위해 떠 있었다.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해수면에서 50m 높이의 배에 오르자 2주 전 진수된 선박에는 여기저기 전기배선들이 늘어져 있었고 130여명의 직원들이 배 안 곳곳에 흩어져 엔진 및 각종 기계장치 점검, 실내 도장 등 작업에 한창이었다. 배에서 만난 장영재(31) 시운전부 대리는 전날부터 가동을 시작한 주엔진을 비롯한 엔진 및 기계장비와 파이프라인 등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장 대리는 “이 배의 엔진출력은 쏘나타 600대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9만8000마력으로 최고 24.7노트(약 시속 46㎞) 속도를 낼 수 있다”며 “특히 8000TEU나 1만TEU 선박과 같은 엔진을 쓰면서도 훨씬 많은 컨테이너를 날라 TEU당 유류비가 대폭 절감된다”고 말했다.
또 이 배는 설계 단계부터 기존 선박에서는 선체 곳곳에 배치했던 연료탱크를 한곳에 집중시키고 남은 공간을 화물칸으로 활용하는 등 내부 공간 최적화를 통해 공간효율성 역시 대폭 개선됐다. 이에 따라 1만TEU 선박과 비교 시 길이는 비슷하고 폭만 5m가량 넓어졌지만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양은 30%나 증가했다. 오태호 문화부 대리는 “경제성과 내구성이 뛰어난데다 진동도 없어 선주들의 반응이 좋다”며 “엔진과 발전기, 프로펠러 등을 자체 생산해 수리 기간이 짧은데다 선주 요구사항을 즉각 반영해주는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 본사 내에 분산되어 있던 선박해양연구소, 산업기술연구소, 제품개발연구소를 한데 모아 지난 9월 문을 연 종합연구동을 찾았다. 입구에 ‘자원유한 창의무한’이라는 표어가 걸린 연구동은 타 부서 직원이라도 사전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이준희 기술개발운영지원부 부장은 “총 200억원이 투자된 종합연구동에는 310여명의 연구진이 모여 혁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등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기술력과 풍부한 건조경험을 바탕으로 드릴십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LNG-FSRU),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나서고 있다. 특히 드릴십의 경우 차별화된 설계 능력과 건조기술에 힘입어 올 들어 전 세계 조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10척을 수주하는 개가를 거뒀다.
현대중공업은 꾸준한 기술개발 투자를 위해 종합연구동 준공 외에도 지난 4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내 5개 연구소와 헝가리, 중국 등에 해외 2개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현재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31개의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FPSO, 선박용 대형엔진, 이동식 발전설비 등 15개 제품은 세계 1위를 달리는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1983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동의 세계 최고 조선사인 동시에 엔진, 해양, 플랜트,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7개의 다양한 사업부문을 갖춘 종합중공업회사다. 특히 지속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해 2010년 조선 부문 매출은 총 매출의 35%인 7조8492억원에 그친 반면 비조선 사업부문 매출은 배에 가까운 14조5560억원에 이른다.
‘세계 최고 종합중공업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건 현대중공업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해외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연내에 중국 산둥(山東)성 타이안(泰安)시에 휠로더 8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것을 비롯해 2012년까지 브라질에 연산 2000대 규모의 굴착기 공장 준공, 미국 변압기 공장 설립, 러시아 고압차단기 공장 설립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울산 =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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