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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게재 일자 : 2011년 11월 02일(水)
‘한명숙 無罪’에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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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지난달 31일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1일 이례적인 장문의 입장문 발표로 반박에 나섬으로써 법·검(法檢)의 공방이 예각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20일 기소된 이번 사건의 1심 무죄 판결에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식(常識)과의 괴리가 상식을 넘어섰다. 재판부가 핵심 사실관계에 대해 검찰과 인식을 같이한다면서도 법적 판단을 전혀 달리함으로써 무죄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근거를 짜맞추는 ‘기교 재판’이라는 논란을 자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9억여원의 금품 수수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 증거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검찰 진술뿐”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객관적으로 인정된 사실만으로 유죄 판단이 충분하다”면서 한만호 전 대표가 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 그 9억원을 누군가에게 전달한 사실→한명숙 전 총리의 수수 정황 등 단계적 증거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한 대목을 꼬집었다. 나아가 ①한만호 전 대표의 1억원 수표를 한명숙 전 총리의 동생 한선숙씨가 사용한 점 ②2억원을 이미 반환한 사실 ③한만호 전 대표가 3억원의 추가 반환을 요구한 점 ④한명숙 부부계좌에서 출처불명의 현금 2억4100만원이 발견된 대목 ⑤한선숙씨가 한명숙 전 총리의 아들 유학 경비로 1만2772달러를 송금한 사실에 대해 재판부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정황임을 인정한 것만 해도 무죄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받지 않았다면 설명되지 않는 문제의 돈 그 입구와 출구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무죄 결론은 상식을 거스른다.

둘째, 형사재판의 자유심증주의(自由心證主義)를 왜곡하고 있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와 관련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해야 하며 증거의 증명력 판단은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대법원 판례다. 한마디로 경험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재판부가 “돈의 행방은 알 수 없고, 한 전 총리측이 공소사실에 대해 확실히 해명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한 건 결론에 대한 ‘사전(事前) 변명’으로 들린다. 검찰의 입증 책임이 미진하다고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인 논리 구축 같다.

셋째, 판결문에서 굳이 한명숙 전 총리를 ‘깨끗한 정치인’으로 받든 대목도 법조적·객관적 양심을 의심하게하는 ‘정치적 수사(修辭)’다. 아예 ‘무죄 예단‘을 하고 판결문을 쓴 듯하다. 또 한만호 전 대표측 인사의 같은 법정 진술을 두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선 무죄 근거로, 전 비서 김문숙씨에 대해선 유죄 근거로 흑백을 달리했다. 이런 황당한 모순이 어디 있는가.

검찰의 불복으로 한 전 총리는 지난해 4월9일 1심에서 무죄 선고된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불법 정치자금 재판이 모두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일국의 총리를 지낸 인물인 만큼 진실을 반드시 가려야 한다. 항소심에선 상식을 복원해야 한다.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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