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자 ‘절세用 주식증여’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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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주식 증여 공시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증여세는 주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가가 낮은 시점에 증여에 나설 경우 절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외 악재로 인해 주가가 흔들렸던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주식 증여 공시는 2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건에 비해 127% 증가했다. 공익재단이나 교육기관에 증여한 건을 제외해도 올해 20건으로, 지난해 9건에 비해 122% 늘었다.

증여 대상 재산이 주식일 경우 증여결정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에 따라 증여세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면 일반투자자의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증여하려는 이들에게는 증여세를 아끼며 증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주가가 올라 오히려 세금을 많이 내게 된 경우는 증여를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많은 대기업 회장들이 자녀 등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7월26일 딸인 함연지씨에게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오뚜기 주식 보통주 57만8986주 가운데 5만주를 증여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모친이자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부인인 조덕희씨는 지난 10월6일 딸인 김은자씨에게 보통주 20만주를 증여했다. 이번 증여를 통해 조씨의 주식은 3만8230주로 줄었고, 김씨의 주식은 20만주가 됐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부친 조운해씨는 지난 7월20일 한솔제지 보통주 4만7285주를 조 회장에게 증여했다. 이로써 조 회장의 한솔제지 지분은 145만8126주로 늘었으며, 조씨의 지분은 3만2290주로 줄었다.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한미홀딩스 회장의 형인 임완기씨도 친인척 임진희씨에게 지난 8월17일 보통주 10만5810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임완기씨의 한미홀딩스 주식은 31만6575주로 줄었으며 임진희씨는 주식이 10만6143주로 늘었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은 지난 10월21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그룹 지주회사 두산의 지분 보통주 86만497주 가운데 60만주를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에게 보통주 30만주,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에게 20만주, 딸인 박혜원 두산매거진 전무에게 10만주를 각각 증여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