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不釋卷’ 維民 홍진기의 일생

이 사람아, 공부해 / 김영희 지음 / 민음사

“이 사람아, 공부해!” 정부 관리로 언론과 기업 경영인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유민(維民) 홍진기 중앙일보 전 회장이 생전에 중앙일보 기자들을 끊임없이 독려하며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나는 읽는다. 그래서 존재한다’는 명제에 부합하는 일생을 살아온 유민이었기에 그의 이 말은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쓴 이 책은 유민의 족적을 교우와 친지, 관료 등 관계자들의 진솔한 증언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해 만든 ‘유민 홍진기 평전’이다. 책은 특히 잠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은 수불석권(手不釋卷)의 자세로 살아온 유민의 학인(學人)으로서의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데 역점을 뒀다. 책에 따르면 유민은 6·25전쟁 중 북한군 치하에서 배고픔과 공포에 떨며 은신하기도 했고, 감옥에서 사형수로서 복역한 시기도 있었지만 책을 놓지 않고 배움과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책은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단순한 평전에 그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공간,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풍광이 오롯이 담겨있다.

김영희 대기자는 “유민은 독서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 대상화할 줄 아는 교양인이었다”며 “그런 모습은 풍요가 넘치는 대량 소비 시대에 나를 돌아보는 반성적 삶을 모르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경고요 귀감이다”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