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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1년 11월 17일(木)
유니클로·자라·H&M… ‘패스트 패션의 함정’
품질·AS ‘나 몰라라’…한 번 입고 버려라 ?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16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매장들에 젊은 소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유니클로, 자라, H&M 매장.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패스트 패션, 약인가? 독인가?’

의류업계에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바람이 거세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 스타일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른 상품 회전율을 추구하는 의류 트렌드를 말한다. 식품 시장을 삼킨 패스트 바람이 패션 시장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백화점조차 대표 명품 브랜드인 루이 비통만큼 낮은 수수료와 전용 엘리베이터로 유명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유치하려 할 정도다. 게다가 겉옷은 물론이고 속옷, 아동복에 이르기까지 패스트 패션 붐이 확산되는 추세다.

17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해외 패스트 패션 3대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의 최근 연매출 성장률은 무려 7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 패션 열풍에 대해 소비자와 전문가 사이에서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 기업들은 긍정적인 효과로 “서민들도 최신 유행의 패션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최신 트렌드의 옷을 값싸게 제공하는 것을 핵심 경쟁 포인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패스트 패션 브랜드 기업들은 신상품을 2주에 한 번꼴로 갈아 치울 정도로 유행에 민감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다 보니 품질 문제나 서비스 불만 사례 등도 속출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직장인 남모(여·31)씨는 10월 대표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가방을 믿고 샀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3번 메고 어깨 끈이 너덜너덜해져서 수선을 요청했는데 해당 매장 측은 소비자 과실이어서 안 된다는 말만 해왔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유니클로 매장에서 면 티셔츠를 최근 샀다가 2번 입고 늘어나 더 이상 입지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바지의 기장을 늘리는 것 외에는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기존 의류 상품과 달리 사후서비스 비용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격 거품을 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유명 모델을 앞세워 대대적인 판촉 광고를 하고 있으나 사후 서비스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있다.

유명 브랜드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생 패스트 패션 브랜드 상품들의 품질 불만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각종 인터넷 쇼핑몰 게시판에는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교환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글들이 즐비하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패스트 패션 열풍이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고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 값비싼 친환경 소재보다는 값싼 합성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오염에 대한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인 셈이다.

패션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PFIN의 이정민 대표는 “옷이 일회용품처럼 변하다 보니 사람들이 패션 상품을 쓰고 버리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한국 패션 전문업체들이 역량을 갖추기도 전에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공세가 거세, 과연 앞으로 얼마나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며 “결국 큰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등장은 남의 제품을 베끼는 데 급급한 국내 패션업계에 변화를 요구하는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나 공세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는 얘기다.

지난 2005년 국내에 진출한 유니클로의 연간매출은 2008년 725억원, 2009년 1226억원, 지난해 2260억원으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8년 국내 사업을 시작한 자라 역시 같은해 343억원에서 2009년 799억원, 지난해 1338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패션 업체들은 뒤늦게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지만 이랜드의 ‘스파오’ 등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아직 괄목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사실 국내 패션업계는 해외 패션 산업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고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해 온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국내 진출 해외 브랜드는 계속 매장을 늘려가고 다른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도 계속 예상되는 만큼 자칫 국내 패션업계가 고사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관범·민병기·노기섭기자 frog72@munhwa.com
e-mail 이관범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이관범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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