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서울 집값 1년간 0.4% 하락’…과연 ‘바닥’으로 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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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 등이 조사한 자료에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51㎡(1층)가 지난달 7억7500만원에 계약됐습니다. 이는 9월보다 1억원이 떨어진 것이지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7㎡도 10월 10억원이 넘었으나 최근에는 9억원대 후반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평균 아파트값도 2년4개월 만에 10억원 선 아래로 하락했고요.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섣부른 수도권 집값 바닥론을 흘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도권 집값이 많이 떨어졌을까요. 아닙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저가나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집값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이는 국민은행 주택동향조사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지요.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년 동안(2010년 12월 말 대비 올 11월 현재) 겨우 0.4% 내렸습니다.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인천도 1.8% 하락하는 데 그쳤고요. 경기는 오히려 1.6%나 올랐습니다.

강남권 집값도 그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송파구 0.7%, 강남구 0.4% 하락했을 뿐입니다. 이는 10억원짜리 아파트가 1000만원도 내리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서초구는 오히려 1.1% 올랐습니다. 결론은 현재 수도권 집값이 바닥이 아니라는 것이죠. 일부에서는 10월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건수가 1만78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9%나 급증한 것을 두고, 주택시장 회복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거래량이 주택경기 선행지표라고 해도 아직은 주택시장 회복기로 보이지 않습니다.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전셋값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매매 수요 증가로 해석하는 게 맞겠지요.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주택시장을 더 관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수도권 주택시장은 내년 봄까지 침체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물론 시세보다 확실하게 싼 급매물은 매수해도 괜찮겠지만 단순히 시세보다 싸다고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베이이붐세대(1955년~1963년 출생한 이들)의 은퇴, 정부 부처 및 공기업 지방 이전 등 주택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수도권 주택시장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향후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지요.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설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자금 조달을 점검하는 등 준비를 해 내년 4월 총선 전후 매수 적기를 찾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말과 내년 초 수도권 주택시장이 충분한 바닥 다지기를 한 걸 체감한 후에 매수 시기를 잡는 것도 늦지 않다는 말이지요. 부동산 매수와 매도 시에는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