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없는 정당연설회 포장 野, 사실상 불법시위 앞장

반(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위가 ‘위장(僞裝) 합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연일 계속되는 한미 FTA 반대 시위가 법적 신고 절차가 필요치 않은 민주당 등의 정당연설회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즉 합법을 가장한 사실상의 불법시위화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당연설회는 경찰 신고 없이 아무런 제재 없이 개최되지만 인원 동원을 비롯한 행사 내용이 사실상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에 의해 주도되고 각종 구호와 선동 등을 통해 불법시위로 변질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지난 22일부터 9일째 열리는 FTA 반대 집회는 모두 정당연설회 형식으로 진행됐다”면서 “정당연설회로 시작해 범국본으로 바통을 넘기는 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3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을지로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FTA 반대 집회에서는 범국본측이 사회를 보고 일반인 발언도 5명 이상 이어졌다. 일반인의 발언이 지속되자 경찰은 “집시법 위반”이라며 경고방송을 했다.

수도 서울 한복판의 치안을 책임지는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집단폭행을 당한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 집회도 정당연설회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날 집회 발언대를 향하다 시위대에 폭행당한 박 서장은 “치안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워 주최측에 상황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007~2008년에는 민주노동당이 집회신고를 하고 그 자리를 FTA 반대 시위대에 빌려주는 식으로 진행됐던 것이 이번엔 정당연설회 형식으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범국본측은 “경찰이 집회신고를 받아주지 않아 정당 대표들과 함께 합법적인 정당연설회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겸(법학) 동국대 교수는 “정당연설회는 정당이 주최가 돼 정책홍보를 하는 데 그쳐야 한다”면서 “이를 벗어날 경우 집회시위로 변질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반사항을 규제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