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판치는 대한민국>‘9·11 음모론’, 美 정부 반박에도 여전히 기승

미국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도 각종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음모론은 특정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퍼져나가면서 정부나 사회의 신뢰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음모론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스캔들을 둘러싼 의혹이다. 이는 프랑스 정부 여당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음모에서 스트로스칸 스캔들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IMF가 지급한 스트로스칸의 블랙베리 휴대전화기가 프랑스 집권당에 의해 해킹당했고,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호텔 종업원이 체크아웃하지도 않은 스트로스칸의 방에 들어갔으며, 방에서 나온 뒤 다른 방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거짓말했다는 정황증거들을 들이대고 있다.

심지어 호텔 엔지니어가 스트로스칸 스캔들을 신고한 뒤 손바닥을 맞추며 축하의 춤을 췄다는 주장도 있다. 정황증거들을 부풀리거나 짜깁기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정부는 직접 부인했다.

미국에서는 9·11테러 음모론이 가장 왕성하다. 음모론자들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원격조종으로 폭파됐고, 테러 희생자 중 유대인이 없다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9·11테러를 미리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미국민을 학살하거나 방조했다는 게 음모론의 요지이다. 미국 정부가 2009년 음모론을 반박하는 자료를 냈음에도 여전히 음모론은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다. 9·11테러 음모론은 올해초 구글에서 네티즌들이 꼽은 전세계 음모론 1위에 올랐다.

또다른 음모론 가운데는 아폴로 달 착륙 조작설이 있다. 미국이 소련에 빼앗긴 우주탐사의 주도권을 만회하기 위해 세트장에서 연출을 했다는 것이다. 소설 다빈치 코드는 예수의 생애와 후손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 또다른 음모론의 한 유형으로 분류됐다. 영국 왕실이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를 암살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음모론이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