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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12월 09일(金)
전문가 예측 번번이 빗나갔다 ?
지미 카터 “1980년대 석유 고갈”폴 새뮤얼슨 “2002년 소련이 세계경제 주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 / 댄 가드너 지음, 이경식 옮김/생각연구소

연말, 연초가 되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앞날을 예측하는 말들을 앞다퉈 내놓는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얼마나 믿을 만할까. 이 책의 앞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사례는 전문가집단의 예측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정확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1984년에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네 집단을 선정해서, 한 집단에 네 명씩 모아놓고 앞으로 10년 동안의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율, 환율, 유가 등을 예측해달라고 했다. 네 집단은 각각 재무장관을 역임한 사람들, 다국적기업의 회장들,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학생들, 런던의 환경미화원들이었다. 이코노미스트 관계자들은 그 16명이 예측했던 내용을 10년 뒤에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예측 적중률의 평균을 보면, 환경미화원 집단과 기업 회장 집단이 1위, 전직 재무장관이 꼴찌였던 것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예측이라고?=이 책은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명성을 얻은 세계적 학자와 정치가들이 얼마나 엉터리 예측을 했는지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녹색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노먼 블로그는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점점 늘어나는 인구가 곧 인류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했다. 1977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1980년대 말에는 모든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198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은 2002년과 2012년 사이에 소련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초가 되면 일본과 유럽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로그, 카터, 새뮤얼슨, 아탈리의 예측은 모두 틀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 발언에 대해 지금은 무어라고 변명할 것인가.

미국의 저명한 사회비평가인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는 20세기 말에 “Y2K는 인류 문명을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 ‘긴 비상사태’라는 책에 “석유 정점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Y2K가 이 세상에 종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던, 하늘이 무너질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이 제기한 또 하나의 환상일 뿐”이라고 적었다. 쿤슬러는 이 책 어디에도 자신이 ‘Y2K 종말론’을 외쳤던 장본이라고 밝히지 않는다.

◆전문가의 틀린 전망을 조롱하기 위해서?=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인 저자 댄 가드너는 전문가의 예측이 틀린 사례를 풍성하게 제시하고, 이에 대해 정치, 경제, 문화, 심리학 등이 버무려진 글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통섭의 교양’을 맛보게 한다. 그에 따르면 ‘역사의 연구’의 아널드 토인비, ‘풍요로움의 종말’의 파울 에를리히 등 인류 지성사에 남는 석학들도 틀린 예측을 하고나서도 그것이 맞다고 집착했다. 이 책의 한국판 제목(원제는 ‘Future Babble’)에 등장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1970년에 저서 ‘미래의 충격’에서 “인간의 뇌는 가속화되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며, 결국 인간은 모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과격한 예측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토플러가 같은 책의 서문에는 “진지한 미래학자는 예측에 목을 매지 않는다. 예측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심심풀이 점성술에서나 다룰 문제”라고 썼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전문가들의 어리석은 예측을 조롱하기 위해 쓰인 것일까. 저자 가드너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는 이 책의 목적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은 인간적 욕망을 더욱 잘 이해하자는 데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믿는 것은 삶과 세상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싶은 본능 탓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일어나는 일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모른다는 것을 인식할 경우에 정신이 매우 산만해진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매우 큰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암울하다 할지라도 미래를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안심이 된다. 그래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불확실성을 제거하려 애쓴다.

◆“예측은 인간사에 불가피… 다만 회의하라”=전문가들은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미래를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부응한다. 사람들은 ‘어떠어떠할 가능성이 크다’라거나 ‘그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보다는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측을 훨씬 선호한다. 예측의 정확성 면에서 전자가 높다는 것을 알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는 후자가 크기 때문이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무엇이든 분명하게, 단호하게 예측하는 특성이 있다. 대중이 그것에 열광하는 까닭이다.

자료와 통계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하나의 예측이라도 적중시키면 명성을 얻는다.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사람들은 전문가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로서는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예측이라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인가. 저자는 다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세상에는 잘못된 예측이 넘쳐나고 있지만, 그것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어느 순간 불쑥 나타나는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코가 깨질 가능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의심하라는 것! 전문가의 예측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것이 단선적이 아닌 종합적 자료에 의한 결론인지, 또 짧은 시간 내에 확인될 수 있는 것인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전문가들은 복잡한 세상사를 예측한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보다 신중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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