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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12월 09일(金)
감독이란 ‘두려워해야 할 존재’… 선수들과 밥도 함께 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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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이다 / 김성근 지음 / 다산라이프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 그는 야구팬들에게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 8월 SK 감독직에서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최근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의 초대 사령탑을 맡았지만, 급작스러운 경질로 그라운드를 떠나 있던 시간이 그에게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을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 듯하다. 책에는 혹독한 담금질을 통해 선수를 길러 낸 그의 리더십과 무뚝뚝한 표정 뒤에 감추고 있던 깊은 속내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아버지의 리더십’에 대해서 말한다. 그는 프로팀 감독이 된 이후로 선수들과 함께 밥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학교 선생님을 예로 들었다. 어린 시절 그에게 학교 선생님은 무섭고 어려운 대상이었다. 밥도 안먹고 화장실도 안갈 것 같았다. 뭔가 신비감이 있었다. 그는 그런 감독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에게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질책하고, 선수가 쓰러지면 ‘왜 바보같이 쓰러지냐’고 ‘당장 일어서라’고 소리쳤다. 칭찬에도 인색했고 선수들에게 한번도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썼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그렇게 열심히 연습해서 좋아진 선수를 봤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좋아서 그날 저녁에는 혼자 맥주 한 잔을 마신단다. 이쯤이면 감독이 아니라 영락없는 ‘아버지’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 ‘룰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래서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책에는 왜 그가 늘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는지에 대한 단서도 있다. 일본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는 가난했다. 학비 때문에 야구 명문고에 진학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그것에 책임을 져야 했다. 이런 연유로 그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늘 최악의 상황을 그린다’고 했다. 아홉경기 반을 이기고 있어도 피처를 바꾸는 그의 야구는 그렇게 만들어졌으리라. 그는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끝까지 완전한 경기를 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이기는 것에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이 ‘지옥의 맛’을 볼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게 바로 ‘이겨야 하는 이유’가 돼주기 때문이란다.

책에 소개된 경기의 뒷얘기들이 흥미진진하다. 그가 OB베어스 감독으로 있을 때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성적이 좋았던 이유에 대해 ‘포수의 팔근육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포수의 사인은 주먹에서 시작되는데 손가락을 펴는 숫자에 따라 팔뚝의 근육이 달라진단다. 근육의 모양을 보고 그걸 읽어내니까 경기의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선수들과의 얽힌 사연들도 풍성하다. 박진만 선수가 에러를 범하자 경기 직후 훈련장에서 배트를 들고 박 선수의 앞으로 500개의 공을 쳐 보내 수비를 시켰다. 경기에서 번트를 잘 못 댄 정근우 선수에게는 코치 한명을 붙여서 새벽 2시30분까지 1000개의 공을 수비하도록 시켰단다.

책에는 ‘못다한 인생이야기’란 부제가 달려있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야구 이야기뿐이다. 야구와 관계없는 개인사는 한 줄도 없다. 그건 아마도 그가 자신의 삶을 온통 야구에 바쳤기 때문이리라. 야구 팬들에게는 물론이겠고, 야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그가 추구해 온 ‘아버지 리더십’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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