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일 정권의 外貨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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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탈북 작가

해마다 이맘때면 가슴이 저미도록 내 고향 평양이 그립다. 두고 온 사랑하는 부모형제에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려고 지지난 주말 임진각을 찾았다. ‘저 들녘의 기러기는 남북을 자유로이 오가는데 나는 언제나 고향을 저처럼 쉽게 오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돌아보면 평양을 떠나온 지 15년. 사회안전부에서 근무하다 쿠웨이트 주재 조선광복건설회사원에 임명돼 고려민항 편으로 평양을 이륙했다. 다음날로 예약된 베이징∼쿠웨이트 항공 편을 이용하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한 지 1시간 비행 끝에 중국 베이징에 착륙했다. 임시숙소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베이징의 거리 풍경…눈빛이 쉴 새 없이 건물로, 광고판으로, 행인들에게로 꽂혔다.

하지만 막상 부임한 쿠웨이트 현지의 생활은 평양 시절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외국 건설회사의 하청업체에 소속돼 그곳에서 하루 14시간씩 휴일도 없이 일만 했다. 그렇다고 품삯을 만져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임기 3년 동안 뼈빠지게 일한 월급은 그대로 북한 당국의 계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임기를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면 5~6개의 가전제품을 받는 것이 전부다. 이게 바로 조선노동당의 외화(外貨)벌이 가운데 하나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외화벌이는 참으로 다양하고 피눈물난다. 해외에서는 건설 말고도 식당 일, 태권도 연수, 문화 공연 등 다양하다. 각국에 주재한 북한 공관에도 적게는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수만달러의 외화계획량이 할당된다. 외교관들의 주 업무는 외화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량파괴무기(WMD)를 비롯해 공기부양정, 레이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각종 군용장비를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수출하고 있다. 그리고 위조지폐와 마약밀매, 상아밀수와 가짜 비아그라 유통 등으로 상당한 외화를 챙긴다. 또한 중국에 석탄·철광석·구리 등 고가의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내다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제 보험사기와 허위 외자 유치 등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뭐든 서슴지 않는다.

내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라고 외치는 김정일 정권은 외화벌이에 전 인민을 내몰고 있다. 해마다 문화성, 체육위원회, 농업성 등 20여개 부처에 보통 1만달러의 외화벌이 계획이 노동당의 특별지시로 내려오는데 이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발이 닳도록 뛴다. 인민군은 각 군단·사단에서 무역회사를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이들은 중국의 개인 사업자와 소규모 무역을 하는 한편으로, 일부는 사병들을 산으로 내몰아 외화벌이가 될 만한 산짐승 사냥을 강요한다.

내부적으로 군·관·민이 총출동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연간 3억~4억달러이며, 해외에서 번 돈까지 합치면 연평균 10억달러를 해외에 예치하고 있다. 세계 12개 나라, 17개 은행, 37개 계좌에 들어 있는 북한의 외화는 300억~500억달러로 추정된다. 모두 김정일의 것이다. 그는 이 돈으로 식품과 의류 및 생필품 구입에 수천만달러, 자동차와 집무실 관리비로 수억달러를 쓴다. 그의 가족이 사용하는 모든 제품도 고가 외제이며 가족 관저도 수십억달러짜리다.

법보다 무서운 노동당의 명령에 전 인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전국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벌이는 외화벌이는 엄연히 강제노역이고 김정일의 달러주머니 채워주기다. 혹한의 겨울이 다가온다. 저 분단의 철책 넘어 사는 우리 동포들이 엄동설한에 굶주린 창자를 그러안고 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며 외화를 벌어 김정일에게 바쳐야 살 수 있을까?

그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