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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1년 12월 12일(月)
서울광장은 政治집회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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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을 허가제 아닌 신고제로 운영키로 합의하면서 서울광장이 시민들의 문화와 소통의 공간에서 또다시 정치(政治) 집회의 장(場)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9월 시의회는 서울광장을 기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하는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고,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 내용만 수정해 조례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이에 오 전(前)시장은 재의결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므로 무효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제소했다. 그런데 지난 6일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대법원 제소를 취하하고 서울광장을 현행대로 신고제로 운영하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서울광장은 2002 한·일월드컵대회 때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대∼한민국’을 외쳤던 열정의 장소로, 이곳에 대규모 광장을 조성해 시민의 열망을 충족시키고 서울을 사람 중심의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2004년 5월에 만들어졌다.

이런 서울광장이 신고제가 되면서 ‘광장을 원래의 주인인 시민에게 돌려준’ 게 아니라 각종 집회와 시위로 ‘주인들의 여가 및 문화 활동을 방해하는 객(客)들의 공간’이 돼 버렸다. 실제로 지난해 9·27 신고제 전환 직후부터 10·30 ‘전태일 40주기 추도집회’, 11·7 ‘비정규직 철폐 등 시국집회’, 11·14 ‘이명박정권 빨기감기’ 집회 등 지금까지 1주일이 머다않고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개정 조례는 구 조례에서 ‘문화활동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던 조문을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으로 개정하고, 사용신고를 수리할 때에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 등을 우선해 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아예 집회 및 시위를 목적으로 하는 광장 사용을 조례에 명문화하고 있다. 서울광장이 문화의 광장에서 정치 집회의 장으로 변질된다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서울광장의 신고제 운영은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서울광장은 이른바 ‘공유재산’으로, 관련법에 따르면 ‘허가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광장의 신고 사용은 타 공유재산 사용관계에 비춰볼 때 법령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신고제의 경우 특정 단체나 개인이 광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불특정 다수 시민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광장 이용이 제한되고, 신고 난립에 따른 이해 관계자들 간의 충돌, 장소 사용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처럼 서울광장의 신고제 운영은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위법성이 치유되고 합법화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서울광장을 신고제로 운영하는 조례가 ‘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분명한 사법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지도 않고 이미 제소된 사안을 시장이 바뀌었다고 취하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대법원 제소 제도를 두고 있는 지방자치법의 정신에도 맞지 않다.

아테네의 아고라, 로마의 스페인광장, 베를린의 아우구스트 베벨광장, 파리의 바스티유광장과 콩코르드광장, 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광장 등 역사성이 있는 외국의 주요 광장들도 일반시민의 안전 도모 등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시위는 물론 모든 행사에 대해 반드시 허가를 받아 사용토록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자신의 이념에 함몰돼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서 서울광장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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