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빈곤하다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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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빈곤 / 김교성, 노혜진 지음 / 나눔의집

그간 한국의 빈곤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서구가 만들어 놓은 개념에서 빌려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국적 맥락에 기초한 경험을 도외시하고 서구의 이론으로만 빈곤을 설명한 까닭에 실제 빈곤의 규모와 원인, 그리고 빈곤의 문제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 논의가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이론적 논의와 경험적 논의를 균형있게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빈곤의 현상과 흐름을 다차원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빈곤이 재생산되는 메커니즘을 확실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1997년 말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빈곤율은 대폭 상승했다. 또 사회양극화를 비롯한 사회적 불평등 현상이 부각됐으며 빈곤과 관련된 다양한 화두가 등장했다. 저자는 이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빈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되짚는 데서 한국의 빈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경제적 차원에서만 접근했던 소득 중심의 ‘빈곤’ 개념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고, 좀 더 거시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저자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빈곤측정, 차상위계층, 빈곤추이, 빈곤의 진입과 탈피, 지역빈곤, 빈곤의 세대간 이전 등 빈곤 문제의 다양한 현상과 전통적 질문에 답하면서 박탈, 사회적 배제, 시간빈곤, 실현가능능력 등 다차원적인 접근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