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사면초가’>의류 60 ~ 80% ‘폭탄할인’…그래도 안 팔린다

경기지표의 바로미터 격인 남성복 시장은 최근 들어 로드숍(길가 대형판매점)을 중심으로 ‘정상 판매가’가 아예 실종된 상태다.

여성복 역시 연말에 접어들면서 60∼80% 할인 행사가 대거 쏟아지는 등 남성복과 비슷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사상 최장 기간으로 진행된 백화점 송년세일의 판매 신장률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는 등 유통가에도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지고 있다.

19일 패션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속 성장세만 믿고 올해 목표치를 크게 높여 잡았다가 지난 4분기(10∼12월) 들어 목표 실적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자금난을 걱정하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성복의 경우 로드숍을 중심으로 ‘정상판매가’를 포기하다시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가 있는 코트 제품의 신상품 판매가마저 4분의 1 수준인 10만∼20만원대까지 뚝 떨어진 상황이다. 여성복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로드숍을 중심으로 40∼50% 할인에 20∼30% 추가 할인까지 붙여 60∼80% 할인은 거의 기본이 돼 가고 있다.

아웃렛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재고를 팔려는 스포츠·여성복·캐주얼 등 패션 기업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지난해 두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도를 피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재고 소진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침체는 유통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월별 매출 신장률은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1.3%를 기록,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인 2009년 2월(-0.3%) 이래로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백화점 3사의 지난 11월25일부터 12월11일까지의 송년세일 매출 신장률(기존점 기준)은 5∼13%대에 머물러 지난해 20%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