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을 살펴보는 책들…

김정은 북한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관한 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북쪽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인물에 대한 정보가 워낙 빈약한 탓에 그에 관해 기술한 기존 책들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후지모토 겐지 지음/맥스미디어 발행), ‘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체’(다케야마 소데츠 지음/심비언), ‘만화 김정은’(하태경 글, 최병선 그림/시대정신) 등이 그것이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일의 요리사로 13년간 북에서 생활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쓴 책으로,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정은의 성격을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은 김정은이 2010년 9월28일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되며 3대 세습 체제의 후계자로 등장한 직후인 그해 11월에 국내에서 출간됐다. 책의 내용은 북 정권에 오랜 세월 충성하다가 떠나온 후지모토 개인의 편향된 시각이 많이 들어갔다는 의심을 샀다. 그럼에도 김정은에 대한 그의 증언이 구체적이어서 국내외 언론이 꽤 많이 인용해 왔다.

후지모토에 따르면 김정은은 어린 시절에 구슬놀이를 하다가 형 정철이 훈수한 대로 잘되지 않자 구슬을 형의 얼굴에 던져 버릴 만큼 과격한 성격이었다. 형과 농구 경기를 하다가 지면 한 팀이 됐던 선수들과 반성의 시간을 가질 정도로 경쟁심이 강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어머니 고영희 몰래 후지모토에게 담배를 얻어 피우는 일탈을 하면서도 북의 상황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지모토는 “김정일이 평소 김정은에 대해 ‘나를 닮았다’고 만족스럽게 이야기했으며, 김정철에 대해서는 ‘그 녀석은 안 돼. 계집애 같아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후지모토의 이러한 증언은 북한 연구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김정일이 왜 다른 아들들을 제치고 삼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체’= 일본 류타니(龍谷)대 사회학부 교수인 재일 중국인 학자 다케야마 소데츠가 쓴 것으로, 국내에서는 2011년 11월 출간됐다. 이 책은 김정은(金正恩)의 원래 이름이 ‘김정운(金正雲)’이었다고 주장했다. 사람의 운세나 운명을 신봉하는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이름을 뒤늦게 바꿨다는 것이다. 운(雲)자가 김정일 정권을 검은 구름으로 덮고 운세를 어둡게 한다고 보고 밝게 빛나라는 뜻을 담아 ‘은(銀)’으로 고쳤다는 설명이었다.

북 권력의 흐름을 연구한 다케야마는 2010년 11월23일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 김정은이라고 말한다. 그는 “연평도 포격은 대(代)가 바뀌는 혼란을 틈타 군부가 일을 벌인 결과가 아니고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포병 전문가인 리영호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김정은의 업적 쌓기를 돕기 위해 파장이 강한 작전을 제안했고 김정은이 이를 수긍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은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북한은 오래 못 간다”고 발언한 건 북의 장래를 예측한 것이라기보단 동생을 후계자로 선택한 아버지 김정일에게 불만의 표시를 한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만화 김정은’= 국내의 대표적 북한 전문가인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가 글을 쓴 작품이다. 2011년 1월에 나온 이 책은 만화 형식이어서 그림이 익살스럽지만, 내용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올라서는 과정과 세습 체제를 굳히기 위한 도발, 북을 바라보는 한국 내부의 이견 등을 진지하게 다뤘다. 이 책은 김정남이 후계자에서 밀려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광명성총회사’에 있었다고 진단한다. 김정남은 “나는 자본주의식 대기업 같은 광명성총회사를 만들려고 한다. 광명성총회사가 커지면 그게 바로 경제개혁 아니겠는가”라면서 개혁·개방의 단초를 마련하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으로 김정일의 눈 밖에 나게 됐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광명성총회사의 핵심 인사인 리병서를 체포하면서 김정남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책은 김정은이 2007년 1월 김정일과 김경희·장성택 부부(김정은의 고모·고모부), 현철해 대장 등 소수만 참석한 측근 모임에서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봤다. 또 김정은이 2007년부터 사이버 테러 부대를 관할하면서 2009년 7월7일 남한 주요 기관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감행했고, 실패로 끝난 화폐개혁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등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김정은의 등장에 대해 체념하고 있지만, 엘리트 계층에서는 어린 아들에게 권력을 3대째 승계하는 세습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