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리더’ 10人에게 ‘길’을 묻다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와의 소통 / 정몽준 지음 / 푸르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길이 아니라 함께 길을 만들어 가려는 마음 자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답답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제시하는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하나로 모아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저자가 책의 후기에서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부터 탈북자 강철환씨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고민을 하고 있는 10명과 나눈 대담집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 걸쳐 있는 대담의 주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물론, 불가능한 것 같은 꿈을 이뤄낸 도전정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우선,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는 통치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는 정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의견 등을 저자와 진솔하게 나누고 있다. 샌델 교수는 특히 “시장 경제는 유익하지만 시민의식과 같은 본질적 가치가 시장 규범에 밀리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또 “포퓰리즘과 선동정치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포퓰리즘이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의 문제는 포퓰리즘이 어떻게 전달되고, 주장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진실, 대학 개혁,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지도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독특하고 명쾌한 주장을 펼친다. 아울러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는 없지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고 논리적으로 행동할 때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미국 인기 TV프로그램인 ‘서바이버’에서 우승한 권율씨의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공황장애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그 장애물을 뛰어넘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공영방송 TV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된 권씨의 모습에서 세계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도전정신을 배울 수 있다.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 역시 투지와 도전으로 가득한 삶을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뿌리치고 미국 PGA투어에 도전,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한 그는 청소년을 위한 자선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저자는 최 선수에 대해 “아무도 가지 않으려 했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개척자의 투지가 느껴졌다”면서 “내면의 투지가 외부에는 오히려 겸손함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감명을 주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 밖에도 탈북자인 강철환씨는 북한의 부패와 참담한 실상을 고발한다. 그가 들려주는 북한 요덕수용소와 고통받는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가 그들의 아픔을 알고 북한 주민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함을 새삼 깨우쳐 준다. 아울러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두웨이밍(杜維明) 베이징(北京)대 고등인문연구원장, 주철환 JTV 사장,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의 대담 또한 흥미진진하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