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이 충격으로 지적장애 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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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1-12-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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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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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전교 부회장까지 했던 모범 여학생이 학교폭력에 의한 충격으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고, 초등학생이 연일 이어지는 상급생 폭행으로 호흡곤란 등 심각한 수면장애를 앓고…. 심각할 대로 심각한 학교폭력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에 저항하는 제3자 학생들의 ‘선한 힘(pure culture)’이 세력화하고 길러지도록 학교와 교육당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27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 하남시 모 여중에 다니던 A양이 또래 6∼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후유증 때문에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들은 서울에서 이사 왔다는 이유로 A양을 괴롭히기 시작해 발로 배를 걷어차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 마구 구타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전교 부회장을 할 정도로 활달했던 A양은 대인기피증에 공간지각력 저하까지 겹쳐 현재 하남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난 9월 말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B양도 급우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 후 심장약을 과다 섭취해 자살을 시도했지만 어머니가 먼저 발견해 목숨을 건졌다. 가해자들은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B양의 머리에 가래침을 뱉는가 하면, 학교에서 옷을 벗기는 만행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교육학) 서울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폭력에 저항하는 제3자 학생들의 ‘선한 힘’을 길러 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교사나 학부모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 내부에 폭력을 반대하는 자정문화가 스스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우리나라 가해학생들은 ‘어떤 놈도 나를 신고하지 못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학교폭력이 일어날 때 제3자가 피해자에게 동조하는 세력이 되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학생의 성향도 기본적으로 악하다기보단 재미 삼아 하는 행동들인데 피해자에겐 큰 고통이란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특정인의 책임으로 몰지 말고 도덕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책임 전가를 하기 일쑤”라며 “양 보호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학생에겐 예후가 보이기 마련”이라며 “이사를 가자든가, 교복이 뜯겨 있다든가, 다른 애들 이야기처럼 에둘러 표현한다든지 할 땐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도 관심만 있으면 수업시간이나 급식 때 왕따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교사와 학교 측이 폭력을 알고도 방치하거나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조사 결과를 27일 내놨다. 피해학생 쪽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합의를 종용하는 등 덮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피해학생 부모가 학교장으로부터 ‘가정교육을 잘못시켰다’는 인격 침해 발언을 들었다며 인권상담 요청을 해 온 사례도 있었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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