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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1월 01일(日)
聖賢들 글속엔 ‘삶의 지혜’가 숨쉰다
‘전각 예술가’ 외길 저자, 버팀목 됐던 古典 집대성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천년의 멘토 고전을 만나다 / 정병례 지음/좋은예감

“고전은 단순히 옛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경영하고, 어떻게 ‘인간의 길’을 걸아가야 할 것인가를 슬기롭게 조언하고 있는 인생의 나침반입니다.”

개개인의 개성이나 기질,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자기계발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들이 범람하고 있다.


성공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거나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데 크게 일조하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의 범람이란 지적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에 지친 독자들이 최근 수천년 삶의 지혜와 교양이 담긴 고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책은 지하철 ‘풍경소리’의 전각예술가로 잘 알려진 고암 정병례 선생이 고전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으로 의지 삼아야 할 것인가’라는, 삶의 버팀목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담아낸 고전 에세이다. 장자의 소요유, 후한서 채옹전, 사기 진섭세가 등 고전 속 이야기를 전각 작품을 곁들여 단편 형태로 쉽게 풀어썼다.

고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전각에 40년 넘게 매달리는 동안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던 저자의 삶에 위로와 재충전의 계기가 돼주었던 보물 같은 존재였다.

저자는 “매사에 처음이 중요하다”며 책의 첫머리를 ‘남상(濫觴)’으로 장식했다. 책에 따르면 어느날 공자의 제자 자로가 화려한 옷을 입고 으스대며 나타나자, 공자는 “양자강은 큰 강이지만 그 시초에는 겨우 술잔에 넘칠 정도의 적은 양의 물이었다”고 말한다.

남상이란 이처럼 술잔에 넘칠 정도의 적은 물이란 뜻으로, 공자가 남 앞에 나서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자로에게 겸손을 일깨워주기 위해 해준 충고에서 비롯된 말이다. 거기엔 남의 작은 충고를 소홀히 여기지 말고 하나하나 받아들일 줄 알아야 큰 인물이 될 수 있음을 일러주는 뜻이 담겨 있다.

저자는 또 큰 뜻을 품고 장도(長途)에 오름을 일컬는 ‘붕정만리(鵬程萬里)’를 제시한다. “때로는 일상에서 훌훌 벗어나 정신을 쉬게 하고, 때로는 저 멀리 우주가 뻗는 곳까지 정신을 날아오르게 해 그 까마득한 시원(始原)에서 다시 우리가 사는 곳을 내려다본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인생의 윤활유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는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꼬리는 되지 말라’는 전국책의 ‘계구우후(鷄口牛後)’를 들려준다. 큰 집단의 말단보다는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낫다는 이 말은 요즘처럼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세태에 곱씹어볼 만하다. 용기를 내 창업에 도전하고 아이디어와 성실함으로 멋지게 성공하는 청년 CEO들, 일찍부터 자기만의 길을 찾아 나섰기에 이들의 미래는 결코 닭의 부리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용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저자는 “누구나 한번뿐인 인생”이라며 “베스트셀러인 고전에 담긴 지혜를 통해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본모습을 깨닫고(자각·自覺), 마음의 거울 앞에 나를 비춰 새기며(명심·銘心), 흐트러진 부분을 다잡아 다시 일어설 힘을 충전하고(심기일전·心機一轉),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데(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했다.

저자가 한평생 무심한 돌에 생명을 불어넣었듯, 고전 속 삶의 지혜를 정성스레 새겨 넣은 이 책은 새해를 의미 있게 맞이할 수 있는 ‘자기 경영서’로서 부족함이 없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mail 김도연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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