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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에세이 게재 일자 : 2012년 01월 03일(火)
부자 나라의 근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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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현/주 노르웨이 대사

우리나라 사람에게 노르웨이하면 맨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름다운 피오르와 바이킹의 나라 정도일 것이다. 이렇게 수려한 자연 경관 때문에 작년에만 5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다녀갔다. 그러나 관광 이외에도 노르웨이 사회와 경제 분야를 조금만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참고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많은 강점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2위로 약 9만달러에 달한다. 인구가 500만이 채 안되는 작은 나라로 척박한 자연환경과 주변 강국에 둘러싸여 시달려왔지만, 1969년 북해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가스자원 수출에 따른 수입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국민들은 석유 수익을 당장 쓰지 않고 국부펀드에 넣어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보통 석유자원이 발견되면 오일머니라고 해서 흥청망청 쓰다보면 오히려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노르웨이는 이를 후세대와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기까지 했다. 실제로 노르웨이 국민들의 생활을 보면 세계 최고의 부국임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몸에 베어있고, 살인적으로 비싼 물가로 인해 직접 정원을 손질하거나 집안일을 스스로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노르웨이가 세계 최고의 부국이기는 하지만, 고물가와 높은 세금으로 인해 노르웨이인의 실제 소득과 구매력 지수는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노르웨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르웨이의 명목상 임금 수준은 1위이나 세후 구매력 지수로 환산한 임금 순위는 6위로 5위를 차지한 한국보다 실질 구매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국민들이 근본적으로 근검 절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높은 세금,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익을 당장 쓰지 않기로 모든 국민들이 합의한 이유는 노르웨이의 복지 정책과 연관돼 있다. 노르웨이는 일찍이 노동인구 감소 등에 대비하기 위해 선진 복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학교까지 무상 고등교육 지원, 높은 수준의 고령 연금액 지급, 파격적인 유급 육아휴직(여성 54주, 남성 10주) 등 여타 국가들이 쉽게 시행할 수 없는 탄탄한 복지 시스템 운영을 통해, 모든 국민들의 기초 생활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국부펀드 재원 사용에 있어 모든 국민들의 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노르웨이 사회 자체적으로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 복지정책을 갖추었으나, 노동인구 감소, 복지재원 부족 등에 대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노르웨이 복지시스템도 노인 요양시설 부족, 열악한 육아시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많은 나라들이 노르웨이를 이상적인 복지국가 모델로 부러워한 바 있으나, 정작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노르웨이 자체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이 있음을 토로한 바 있다. 한편 노르웨이가 선도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제 기여 활동 분야에 있어서도 부패 스캔들, 시행부처의 사업 시행능력 부족 등 효용성 문제에 있어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선진 복지국가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로선 유럽에서 가장 빈곤했던 북구의 조그만 변방국가에서 세계 제일의 부국이자 복지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노르웨이의 경험담을 경청하고, 제분야에서 협력을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마침 노르웨이도 동방에서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병현(55) ▲서울대 불문학과 ▲외무고시 13회 ▲주국제연합참사관 ▲국제연합과장 ▲주말레이시아참사관 ▲교육인적자원부 국제교육정보화국장 ▲주프랑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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