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엔 天地의 이치 담겨있어”

“천자문은 옛날 아이들이 배운 글이고, 학문의 초입에 놓였다는 고정관념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주역(周易)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84) 선생이 천자문 해설서 ‘대산 천자문 강의’를 펴냈다. 사서삼경 중에서도 가장 심오하다는 동양최고의 철학서인 주역에 통달한 그가 한학의 입문서라고 할 천자문 해설서를 내놓은 것 자체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천자문은 아이들이나 배우는 글이라는 기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천자문을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4자1구의 250개의 문장으로 이뤄진 천자문엔 천지의 이치가 들어 있습니다. ‘하늘천 따지∼’로 시작하는 천자문의 첫머리에 나오는 ‘천지현황’(天地玄黃)도 주역의 ‘천현이지황(天玄而地黃)’의 글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는 “천자문엔 무궁무진한 뜻이 들어 있다”며 “중국의 역사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사람의 행동규범까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천자문을 애들이 배우는 글이라고 해서 도외시하고 사서삼경을 읽는 분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정작 천자문을 풀이하라고 하면 잘 모른다”며 “천자문의 심오함을 뒤늦게 깨달은 그런 분들의 요청으로 강의를 하게 됐고, 강의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냈다”고 말했다.

기존의 천자문 해설서와 차별점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문맥에 맞게 해설했다”고 말했다.

“가령 ‘개차신발(蓋此身髮), 사대오상(四大五常)’의 사대오상에 대해 사대를 천지군친(天地君親)으로, 오상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해설들을 하는 데, 신발(身髮)이라는 몸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을 몸 밖에서 찾으면 안됩니다.”

글은 문맥이 이어지고 뜻이 통해야 하는데, 글은 사람으로 썼는데 하늘로 풀면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 가지 큰 것(사대)은 팔과 다리의 사지를 말하는 것이고, 다섯 가지 떳떳함(오상)은 서경 홍범편의 모(貌), 언(言), 시(視), 청(聽), 사(思) 즉 모양, 말하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것이다.

대산 선생은 조선 순조 4년(1804)에 발간된 ‘주해천자문’을 저본으로 삼아, 천자문 각 구절의 출전이 되는 사서삼경의 원문을 소개하며 천자문의 내용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주역의 대가가 지은 책인 만큼 천자문에 담긴 주역을 비롯한 동양사상도 접할 수 있는 점 또한 이 책의 미덕이다. 천자문은 서기 6세기 초반 중국 양무제의 명으로 주흥사라는 학자가 하룻밤 사이에 한 글자도 중복되지 않는 천자문을 짓고는 그만 머리가 하얗게 세서 ‘백수문’(白首文)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대전에서 살고 있는 선생은 팔순을 훌쩍 넘긴 고령이지만 대전에서 1주일에 한 번 맹자를, 충북 진천에서는 격주에 한번 주역을, 서울에서는 두 달에 한 번 도덕경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주역 등을 잘못 배운 분들이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강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 ~ 1958) 선생의 수제자인 대산 선생은 19세 때부터 13여년간 야산 선생 문하에서 주역, 서경, 시경 등을 수학했다.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사서삼경 등 고전을 강의했으며 ‘대산주역강의’, ‘스승의 길 주역의 길’, ‘대산대학강의’ 등의 저서를 펴냈다. 오는 7일 오후 5시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