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 발상지서 유레카! 수학의 재발견

배낭에서 꺼낸 수학 / 안소정 지음 / 휴머니스트

여행과 수학. 이처럼 안 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 이처럼 전혀 다른 이질적인 요소를 버무린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러나 뜻밖에도 흥미진진하다. 수학 관련 교양서를 여러 권 집필했던 저자가 어느 날 ‘피라미드나 한번 보고 오자’며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다. 인류문명의 위대함에 대한 찬탄과 함께 유적 앞에서 마주친 건 뜻밖에도 ‘수학’이었다. 문명 초기의 수학이 실제 생활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피라미드 앞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볍게 떠난 저자의 여행은 점점 판이 커진다. 이집트에 이어 수학을 주제삼아 그리스, 이탈리아, 인도 등 문명의 발상지를 차례로 여행한다. 그 답사 여행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도대체 수학은 배워서 어디다 써먹을까.’ 2000년 전의 수학자 유클리드의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는 이 질문은 지금도 반복된다. 지긋지긋한 수학문제와 씨름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겠고, 학창시절 늘 발목을 잡던 골치 아픈 수학과목을 떠올리는 어른들도 수학이란 학문에 대한 의문은 그 제자와 별반 다를 게 없겠다. 이 질문에 유클리드는 “배움에서 이익을 얻기를 바라다니, 돈이나 받아서 썩 나가라”고 했다던가. 수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유클리드의 답에 쉽사리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적어도 ‘수학의 쓸모’에 대한 부정적 의구심은 금세 사라지게 된다.

책 속에서 여행과 수학은 어떻게 만날까.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찾아나선 여행기와 함께 수천년 전 고대인들이 도대체 어떻게 피라미드를 축조했는지를 추적해 간다. 고대인들이 무엇으로 길이를 쟀으며, 어떤 방식으로 부피를 계산했는지 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라미드 밑변과 높이의 비례, 황금비, 원주율, 피타고라스의 정리 등의 수학적 지식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수천년 전 파피루스에 새겨진 그림을 통해 저울의 원리와 지렛대의 원리를 풀어내기도 하고, 헬레니즘시대의 한 수학자가 오벨리스크로 어떻게 지구의 둘레에 대한 답을 구했는지도 소개된다.

책에는 술술 읽히는 여행기와 유적들의 풍성한 사진, 그리고 수학 기호와 수식들이 한데 섞여 있다. 수학 기호와 수식을 꼼꼼하게 읽어 내자면 수험생 수준의 수학적 지식이 요구되지만, 수식을 읽어 내지 못한다 해도 책 읽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쉽게 풀어 쓴 글을 통해 수학적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수학을 그저 고리타분한 수학자들이나 하는 골치 아픈 학문쯤으로 치부해 왔던 이들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듯하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