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설특집-한·중 수교 20년 특별대담>“군사력 팽창 中 vs 亞로 진군하는 美, 끝없는 갈등 불가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로 중국 전문가인 정종욱(왼쪽) 교수와 신진 중국 전문가 김흥규 교수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경희궁 내에서 한·중 수교 20주년의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 (前 주중대사)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
진행 = 이현종 국제부장

지난 1992년 8월24일. 한·중 양국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후 20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양국 관계는 각 분야에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성장해 왔다.

교역규모는 31배, 방한 중국인은 21배, 방중 한국인은 102배 등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보아도 놀랄 만하다. 특히 한·중 수교 이후 미국과 일본을 뛰어넘어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수교 이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굴기(崛起)’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눈부신 성장이 과연 한국에는 득이 될 것인지 해가 될 것인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이라는 주요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한중관계는 더욱 복잡 미묘한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수교 20년을 맞아 수교 직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주중대사를 역임한 원로 중국 전문가인 정종욱(71) 동아대 석좌교수, 촉망받는 신진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48)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한중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놓고 장시간 대담을 가졌다. 이번 특별대담은 지난 11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열렸다.

# 한·중 수교 20년의 의미

―올해로 20년된 한·중 수교의 의미를 평가한다면.

▲정종욱 교수 = 수교 교섭의 협상과정을 떠나 수교 사실 하나만 가지고 보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이다. 20세기 역사라는 것이 좌절과 실망, 외세에 이끌렸던 수동적인 역사였다. 1910년부터 시작해 한·중 수교의 해인 1992년 8월까지 80여년의 시간 동안 역사적 사건 가운데 경술국치, 식민지통치, 해방, 건국, 한국전쟁, 냉전 등 주요사건이 많은데, 한·중 수교를 빼고는 그나마 우리 스스로의 독자적 전략을 가지고 시련을 극복해낸 사례를 찾아내기 힘들다.

▲김흥규 교수 = 동북아에 존재하는 냉전구도가 1972년에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국교정상화 단계로 가는 교섭을 시작하면서 이미 깨져나갔지만 우리의 인식과 관계 측면에서 냉전의 잔재가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중국과 수교를 함으로써 동북아에서 냉전구도의 한 축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에 가졌던 레드 콤플렉스와 그것에 대한 공포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인 계기가 됐다. 또다른 의미에서는 북한이 추구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인해 고립되는 상황에서 주변국과의 관계가 하나의 돌파구였는데, 한·중 국교 정상화가 성공적인 측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수교로 인해 우리가 얻은 이득은.

▲정 =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던 반쪽을 다시 찾아온 것이다. 수교 이후 양국 경제관계가 엄청나게 성장했다. 1992년부터 지난 20년 동안 31배나 성장했다. 33년 동안의 중국 개혁개방 역사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은 30배 정도밖에 안 된다. 숫자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이것이 갖는 외교적 의미는 굉장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강대국들이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어려움에서 비켜나갈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것은 중국 경제가 잘 나갔기 때문에 그 여파를 타서 충격에서 비켜갈 수 있었던 것이다.

▲김 = 우리가 현재 가져오고 있는 무역흑자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다.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국과의 무역이 없었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정 = 지금은 워낙 중국 경제가 커져 우리와의 경제협력이 큰 비중은 아니지만 수교 초기에는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했다. 초기에 중국 사람들이 개혁개방하면서 한국을 모델로 했었다. 수교 이후 중국에 대한 한국의 누계 투자 액수가 약 50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받아들인 직접 투자가 6000억달러가 훨씬 넘어간다.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게 1990년 후반이다. 전반부에 있어서 한국의 경제적 기여는 중국엔 상당히 컸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외교에 있어 하나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줬다.

▲김 = 중국으로서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 속에서 국면 타개 전략의 시발점이 됐다. 중국의 주변국 외교가 시동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미중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동북아에서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지지하고 냉전 구도에만 집착했다면 미국과도 냉전적 구도를 형성했을 것이다.

# G2로 부상한 중국의 현실

―중국은 과연 G2의 대열에 들어섰는가.

▲정 = 경제규모로 보면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니 G2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위와 2위도 차이가 엄청 크다. 국내총생산(GDP)으로 쳐도 차이가 2배가 훨씬 넘는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추세로 보면 미국은 많아야 2∼3%지만 중국은 9%가 훨씬 넘는다. 앞으로의 경제 성장 추세를 보면 G2라고 불러도 그리 성급한 게 아니라고 본다. 2030년 전후로 가게 되면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경제규모를 갖기 때문에 G2 내에서도 순위가 바뀐다. 그러나 중국 입장으로 볼 때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 지도부 내에서 그런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상당히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첫째는 겸양의 차원이고, 둘째는 음모론적인 차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 = G2를 중국말로 잘못 발음하면 ‘질투(嫉妬)’라는 뜻이 된다. 미국이 질투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G2가 된다는 것은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두 나라가 된다는 좋은 의미지만 그만한 책임도 요구된다. 중국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그 책임 부분으로, 미국이 의도한 것이 이 책임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개도국 정도의 사고와 발전구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들에게는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 것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에서 2018년에 중국이 미국 GDP를 능가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금처럼 지속될까가 의문이다. 2014∼2015년이 되면 중국의 경제성장이 꺾일 징조가 나타날 것이라 본다.

▲정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G2가 갖는 의미는 훨씬 빠르게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온다. 최근 미국의 국방정책 변화는 군대를 줄이고 하나의 전쟁만 대비하고, 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긴다는 의미다. 결국은 미·중 간의 엄청난 갈등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외전략은 왕도(王道)인가 패도(覇道)인가.

▲정 = 중국에 1949년 공산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사회주의가 중국을 구했다’는 말이 나왔다.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덩사오핑(鄧小平)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자 ‘자본주의가 중국을 구했다’는 말이 나오다가 1989년 톈안먼 사태 때에는 중국이 사회주의를 구했다 이런 말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위상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왕도와 패도에 대한 보편적인 판단 기준이 없어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국가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중국이 앞으로 왕도로 갈 것인가 패도로 갈 것인가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이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다. 전략적 공조를 하게 되면 중국도 왕도 쪽으로 가고 같은 궤도로 갈 수 있다.

▲김 = 혹자는 현재를 패도의 시대라고 얘기를 한다.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인지 하는 싸움의 시기에서 패도로 가야 하고 패권을 장악하면 그 이후엔 왕도의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국제 정치의 현실을 보면 누구도 선의에 의해서 자국의 정책을 결정하거나 타국의 정책을 예단하지 않는다. 힘 있으면 힘 행사하려는 것이 정상이고, 이는 다른 기제들에 의해 견제받으면서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왕도가 나온다. 왕도나 패도로 국제정치를 예단하면 큰 문제를 낳는다. 왕도라면 무장해제, 패도는 대립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 군사적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김 = 외부에서 바라보는 중국의 군사력 증가와 중국 내부에서 바라보는 군사력 증가에 대한 해석이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GDP 증가분에서 국방비 증가분을 보면 중국의 국방비 증가분이 더 높았던 것이 1995년 전후다. 그러한 측면에서 경제 성장보다 군사비에 훨씬 더 투입하는 게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지출 증가율을 놓고 보면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사실 군권을 장악하면서 국방비 증가율을 대폭 줄인 것은 2010년인데 놀랍게도 그해 군부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군부가 조직 이익을 극대화하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 등을 통해 중국 군부는 최대의 플레이를 했고, 이는 중국 지도부에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했다.

▲정 =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덩샤오핑이 내세운 4대 근대화에 의해 국방예산이라는 것은 증가되지 않고 억제됐던 부분이었다. 경제, 농업, 공업 등의 근대화를 위해 군사비는 희생돼 왔다. 그것이 지난 1990년대까지의 중국 군사력의 실상이다. 지금 중국의 군사비 증가 속도는 10%를 넘어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군사비를 놓고 보면 중국과 미국은 4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GDP로 본 국력은 2배가 조금 넘는 차이로, 이는 중국의 군사력이 앞으로 팽창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군사비는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중 군사 대결에 있어서, 중국은 육군 중심이고 미국과의 전략 자체가 다르지만 군사적인 비교에 있어 상당히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기본적인 전략 목표는 대만 사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후진타오 시대 때 영토분쟁 등을 염두에 두고 해군력을 키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이 신국방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시아태평양 강화 방침을 밝히고 나왔는데 중국의 대응 전략은.

▲김 = 중국의 군사전략과 배치를 전반적으로 혁신하기에는 비용이 엄청 들고 중국이 (그에 앞서) 비용을 써야 할 곳이 많아 그렇게 할 여력이 아직은 없다고 본다. 중국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다. 중국이 한 분야에 있어서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혹은 최소한의 억지전력이 무너졌을 때 미국의 군사력이 결국은 중국을 절대적으로 압도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세계가 미국의 제국이 되는 상황은 막아야겠다는 게 중국의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은 스페이스(우주공간), 사이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분야에서는 미국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미·중 간 합의되지 않는 한 계속 경쟁발전해 나갈 것이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한데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력이다. 항공모함은 떠있는 것이지만 주변국에는 위협의식을 줄 수 있어 미국에 도움이 된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두려워 할 것은 잠수함 전력이다.

▲정 = 미국의 신국방 전력은 아직 세부 사항이 없다. 육군병력은 줄이는데 항공모함은 안 줄이는 것으로 결정봤다. 이는 엄청난 의미다. 항공모함 줄이려다 안 줄이는 것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 중국 자체가 군비나 국방비 부문에 있어서 투명성은 낮다. 중국의 국방전력 증강은 두 분야에 집중된다고 봤을 때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다.

―중국의 미래를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견해와 내부 문제로 추락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정 = 중국의 내부적 문제가 상당히 많다. 빈부격차, 지역격차, 지속성장의 발목을 잡는 에너지 부족문제, 환경문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미 중국은 국내 경제성장 전략을 바꿨다. 기본축을 내수를 진작시키는 쪽으로 바꿨다. 중국은 이제 해저자원을 둘러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난사(南沙) 군도 등 예상될 수 있는 분쟁지역들이 있다. 중국은 영토를 맞닿은 14개국 중 8개국과 국경분쟁이 있다. 중국의 영해 가운데 절반이 분쟁지역이다. 앞으로 중국의 미래에 있어서 이는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국내정치적 문제로 들어오게 되면 민주화의 요구가 있다. 중국 내 사회적 소요사태가 18만건에 달한다. 밑으로부터의 변화 욕구를 채워주는 문제가 중국 정부에 있어 간단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김 = 10%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리라는 전제하에 중국의 성장을 점치는데 여러 문제들로 경제성장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시기는 2080년 이후가 된다. 우리 살아 생전에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노령화 사회를 맞아 노동력이 감소되는 등 어려움도 있겠으나 아직 발전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서구의 시각에 의하면 북한이나 중국은 없어져야 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지 않나. 상당한 어려움도 있겠지만 중국은 동북아 및 아시아태평양에서 중요한 강대국으로 성장할 개연성은 있다.

―오는 10월 중국에 5세대 지도부가 탄생한다. 시진핑(習近平) 시대는 후진타오 시대와 다를 것인가.

▲정 = 중국은 당이 통치하는 국가이니 지도자가 바뀐다고 당 노선이 금방 바뀌지 않는다. 정책 노선의 급격한 변화는 배제해도 좋을 것이다.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 같은 5세대의 선두주자들은 이미 5년 가까이 정책에 일조해 집권 이후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차원에서 정책이 바뀔 것으로 본다. 첫째, 중국이 해결해야 할 도전들이 과거와는 양이나 질에 있어서 달라질 것이다. 5세대 지도부에 있어 정책 무게의 전이현상은 분명히 나올 것이다. 둘째는 5세대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면면, 교육과정, 성장 배경을 보면 4세대와 상당히 다르다. 4세대는 이공계 계통이 많았다. 후진타오, 원자바오(溫家寶) 등은 다 고급 엔지니어로 공학적인 면이 많았다. 그러나 5세대 시진핑, 리커창은 법학박사 등으로 복잡한 사회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훈련받은 이들이다.

▲김 = 중국의 대외정책은 급격히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전반기는 보수적인 유지, 후반기는 변화 모색기로 보인다. 일단은 비교적 고정된 변수로 사이즈 자체가 워낙 커서 변하지 않는다. 중국 정책 결정과정 자체가 합의를 중시하는 전통을 유지할 것이기에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나오기 어렵다. 합의 안 되면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전통을 따를 것이다. 5세대의 주요 정책은 새로운 지도부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의 국력격차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대미 대결 정책으로 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도 변화보다는 보수적인 형태가 훨씬 지배적일 것이다.

# 중국의 굴기 속 한중관계는

―중국의 굴기가 한국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중국의 발전이 한국의 발전과 함께갈 것인가?

▲정 = 중국이 장사하기 편하다는 말은 이제 나오지 않고 있다. 시진핑 시대가 오면 이젠 그런 생각은 꿈도 꿀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에 엄청 투자했던 것은 값싼 노동력 때문인데, 중국 임금인상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3개 성에서 최저임금이 1년 만에 23% 인상됐는데 이는 장사 못할 상황이다. 향후 5년 동안 매년 15% 정도 증가할 것이다. 이 때문에 기술 부문 격차를 벌려야 한다. 기술 이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아직까지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에 삼성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처럼 중국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가서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시작을 합의해서 실무협상에 들어갈 텐데 이미 양국 간에 대차대조표는 나와있다. FTA 이뤄진다고 하면 한·중 간의 경제관계는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FTA 되면 한국 GDP가 2.7% 증가하겠지만 반면 5% 가까이 수입이 늘어나고 수출은 4.3% 정도 늘어난다. 우리로서는 수지가 떨어진다.

▲김 =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로서 매년 7∼8%가 성장하고 있다. 이는 축복이며 기회다. 중국은 내수를 강화하며 소비시장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고도화 속에서 기존의 관행과 전략으로는 어렵다. 우리도 빠르게 우리의 전략을 변화시켜 중국과 함께 중국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중국과는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구조적인 상황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14억명의 인구가 매년 7∼8% 성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인 것이다.

―한·중 FTA 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의 전망은.

▲정 = TPP는 FTA와 비교하면 상당히 수준이 높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규정이 엄격해 아시아 국가들이 선뜻 그 기준에 맞추기에는 앞서가는 면이 있다. TPP라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도전을 제기하는 것보다는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기존 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FTA에서 새로운 판을 벌이니 판이 복잡해지고 다원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다고 해도 TPP를 안보적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과의 FTA를 체결하기로 했기에 쉽게 TPP에 적극적 노선이나 부정적 노선을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노선을 가져가면서 경제적 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김 = 우리는 GDP의 80% 이상을 무역에서 창출하는 국가다. 자유무역, 무역 공간의 확대에 대해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무조건 찬성이다. TPP, FTA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선후나 대응책을 놓고 보면 TPP는 굉장히 전략적인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급하게 내놓은 것이라 미국 내에서도 국내법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는 중국을 배제하는 것처럼 나타났는데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FTA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FTA는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이다. MB 정부에서 이미 결단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어떻게 획득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하다.

# 중국과 북한 그리고 한반도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 = 한·중 수교 20년이라는 기간은 북중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줬다. 수교 20년 기간은 김정일이 통치했던 시기다. 1992년부터 김정일이 실질통치했으니 김정일이 있는 동안 한·중 수교되면서 북한은 배신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이 고립화되고 고난의 행군을 겪고 중국과 북한 사이 핵 문제 등 정치 마찰도 심했다. 1994년 한반도 불바다 발언도 물론이지만 두 번의 핵실험 기간에도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김정일 시대가 지나가고 김정은이 국가를 통치하는 시대가 왔다. 중국은 북한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전략적 기회의 창이 열린 시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정일 사후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개입과 포용의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것은 상당히 오래갈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군대, 국무원, 제3의 섹터들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놓고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다양한 중국 내 이해 집단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시진핑 시대의 중국 대북 정책도 색깔이 달라질 것이다.

▲김 = 제2차 북핵실험(2009년) 이후에 중국의 대북정책이 적극적 관여 정책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에 중국 최고지도자와 북한 지도자 교류가 빈번해지고 군부 간의 교류도 강화됐다. 북한의 젊은이들을 초청해 자본주의 교육을 시키는 등 교류도 활발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급변사태, 위기에 대한 우려도 증가했다. 중국은 암중으로는 체제 전환에 대한 준비를 해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구체적인 예로 미국과 중국 사이 위기관리 문제를 놓고 많은 대화들이 오고가고 채널들이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중국은 그동안 준비해뒀던 위기관리 대응책 그대로를 적용시켰다. 위기관리 대응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중국이 발빠르게 움직여 주변국들 선택의 폭을 줄였다는 점이다. 이는 오판의 가능성을 줄여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적용시켜 미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빨리 받아내고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추인하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김정일 사망 정국에서 핵 관련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핵개발을 중국이 막을 수 없다고 인식하고 중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정은이 언제쯤 방중할 것으로 보나.

▲정 = 김정은이 쉽게 중국을 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북한의 김정은 권력이 공고히 뿌리내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 갈 것이다. 금년 봄까지는 가능성이 낮다.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지도층이 들어오게 되면 북한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겠나.

▲김 = 나는 생각보다 빨리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원래대로 김정일이 건강했으면 이미 갔다왔을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김정일과 김정은이 같이 중국을 방문하고 김정은이 공식직함을 가지고 단독 방문하며 우호 과시의 절차를 거쳤을 텐데 이렇게 못했다. 북·중 간의 관계가 우호적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할 시기다. 태양절 이전에 엄청난 선물을 풀어야 하고 중국은 선물 줄 테니 오라는 식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

# MB의 대중외교 평가와 차기 정권의 과제

―MB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근 중국선장의 해경특공대원 살해사건까지 벌어졌는데.

▲정 =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한 뒤 국내적 기대가 엄청 높았는데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도발, 해경살해사건 등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게 왜 그런가. 중국의 한미전략동맹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이 숨어있을 것이다. 중국이 우리를 보는 기본적 시각은 미국을 염두에 둔다. 중국이 먼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제안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한 것도 특별한 구상이 있어서 한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대응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우리 정부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간판을 붙였지만 간판의 구체적 정책이나 전략이 따르지 못했다. 명칭의 격상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있어왔던 기능적 패러다임에서 양국 관계가 벗어나지 못했다.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것은 양측의 입장이 다른 것은 내버려두고 같은 것만 하자는 것이다. 그게 기능주의다. 다른 것도 논의하고 협력이 이뤄져야 되는데 그게 안 된다. 한미관계라는 팩트도 있지만 남북이라는 축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미 축만 움직이니 한·중의 축이 움직이지 못한다.

▲김 = 중국에서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원했다. 전략적 관계가 되면 사실 우리가 중요하게 관여하고 있는 제3자의 문제를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범위에 들어간다. 그 뒤에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꺼낸다고 하더라도 거부안을 보이거나 많은 얘기를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할 수 있게 돼 제도적인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은 있다. 그러나 에이전트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가 너무 많은 실수를 했다. 미국 가서 골프 카트 운전해 주는 모습 등이 중국 입장에서는 좋지 않게 비쳐졌을 것이다. 2008년까지는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연역적으로 중국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우리가 강했기에 중국에게는 불편하다. 글로벌 코리아라고 하면서 우리의 외교는 편승외교를 했다.

―차기정부가 해야 할 대중관계는.

▲정 = MB 정부 한중관계가 너무 안 좋은 것은 북한에 대해 악역을 우리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종합적인 중국 문제를 다루는 싱크탱크와 같은 연구기관을 정부가 정말 육성해야 한다. 사람은 안 키우면서 지엽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 가지고 중국정책을 하다 보면 구멍이 날 수 있는 것이다. 10만 양병설이 아니라 100만이라도 만들어나가야 하고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해 주고 연구소에서 체계적으로 국가전략을 연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 = 중국이 특별하게 뭘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정상관계로 돌아가야 한다. 약소국 외교가 아니라 ‘중견국 외교’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과는 동맹을 잘 유지하고 중국과는 화합하는 외교가 큰 방향이다. 구체적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함께 진화해야 한다.

정리 = 고서정기자 himsgo@munhwa.com

- 정종욱
▲경남 거창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미국 예일대 정치학 박사 ▲서울대 사회과학대 외교학과 교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주 중국 대사▲아주대 석좌교수 ▲하버드대 김구 초빙교수 ▲동아대 국제학부 석좌교수

- 김흥규
▲광주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고려대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