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SNS 선거운동의 부작용 차단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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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 언론정보학

정치적 소통의 영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무섭다. 무상급식,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정에서 SNS는 강력한 순기능과 동시에 역기능을 드러내 왔다. 특히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SNS는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인터넷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의 위헌결정이 내려지고 그 후속조치로 중앙선관위는 선거운동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그렇잖아도 뜨겁게 달아오르기 일쑤인 정치판의 안전장치가 완전히 해체돼 버린 셈이다.

이 상황에서 정치집단이 모든 수단을 조기에 풀 가동하려 할 것임은 불문가지(不問可知)다. SNS를 통한 정치적 소통 역시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 행사, 연예인의 인증샷 투표 독려를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진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의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나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정치인 팬클럽의 장외 경쟁도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SNS가 미디어의 주요 취재원이 되고, TV와 같은 종래 미디어와 연동돼 시청자(viewer)와 프롤레타리아트(무산자)의 합성어인 ‘뷰어태리어트’가 등장하는 것 같은 양상도 주목할 대목이다. SNS는 스스로 강력한 정치적 미디어로 기능하는 동시에, 정치를 매개하는 여타 미디어의 정보수집 및 활용 방식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모든 요인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2012 SNS 선거운동대전을 점치게 한다. 그 모습은 어떠할까? 종래 우리의 정치 현실에 비춰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핵 폭발 같은 과열,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온 국민이 아무런 보호막 없이 그대로 피폭되는 양상이 그것이다. 화려한 문구와 영상으로 포장된 수많은 후보들의 이미지가 전방위로 유포되고, 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메시지가 유권자가 기표하는 순간까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 가능성들이 현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가장 중차대한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더 이상 SNS에 대한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소모할 틈이 없다. SNS를 통한 역동적인 정치적 소통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현재까지 논의돼온 대안들을 검토해 보자. 현시점에서 SNS에 대한 법률적 규제가 부적절하다는 건 재론할 필요가 없다. 논란 끝에 흐지부지된 국가기관의 SNS 심의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대안으로 선진적인 선거문화 창조를 위한 시민교육,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장기적으로야 맞지만 선거가 임박한 지금 상황에선 한가로운 얘기다.

그렇다면 최선의 대안은? 필자의 판단에 협업적 여과(collaborative filtering)가 그것이다. 관(官)이 아닌 민간 주도의 SNS 선거운동 감시 및 평가행위다. ‘나가수’ 시스템처럼, 주요 인사들의 SNS 발언에 대해 자발적인 전문가 및 일반인 평가단이 순위를 매기고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며 저질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과열선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SNS업체, 포털 내지 이동통신사가 이를 후원하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정치권도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얼마 전 한나라당 비대위는 총선후보 공천심사 기준으로 시그마(∑)와 로그(log) 등 복잡한 수식의 SNS 역량지수를 제시해 화제가 됐다. 그 지수는 SNS 단순 사용량이 아닌 질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각 당은 온라인 선거운동 내용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시간이 없다. 책임 있는 SNS 정치 실현을 위한 논의는 지금 당장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