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7년만의 최대 태양폭발… 위력·영향은

우리 고대 신화 속 삼족오(三足烏)는 태양 속에 산다는 다리 셋 달린 까마귀를 일컫는다. 고대 중국 은(殷)나라에서 비롯됐다는 학설이 우세한데 당시 태양의 흑점이 자주 보이는 동시에 백두산에서 화산의 폭발이 심했던 경험이 삼족오의 전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먼 과거에도 태양 흑점의 변화가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는 점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삼족오 이야기다.

태양 흑점의 변화는 현대사회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의 발달에 따라 그 원인과 영향은 상당 수준 밝혀졌다. 올 들어 7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양폭발(태양플레어·solar flare)이 발생했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은 2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23일 오전 8시)쯤 강력한 방사능을 다량 방출하는 태양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태양폭발은 통신 교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각종 통신기기들이 발달한 현대사회에 더욱 큰 영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이번 태양폭발로 인해 방사능이 약 1시간 뒤 지구에 처음 도달했고 25일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방사능의 세기는 NOAA 등급상 위에서 3번째인 ‘강력’ 등급에 달했다. 태양폭발에 대한 모든 것을 10문10답을 통해 알아봤다.

1. 태양폭발이란

태양폭발이란 수소폭탄 수천만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태양 대기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폭발로 강한 자기활동을 보이는 영역인 태양 흑점 주변에서 주로 나타난다. 지구에서는 태양 표면이 갑자기 밝아지다가 수십분 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으로 관측할 수 있다.

태양폭발이 일어나게 되면 순간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이 에너지는 전자와 이온, 원자 등으로 구성된 구름이 생성돼 플라즈마 상태인 코로나를 통해 우주 밖으로 뿜어져 나오며, 1∼2일이 걸려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또 태양폭발로 발생된 태양 X선과 태양 전파는 8분 만에 지구에 들어와 일시적인 통신 두절 현상을 일으킨다. 태양폭발은 1859년 태양 흑점 주변에서 밝게 빛나는 모습으로 영국의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에 의해 처음 관측됐으며, 이후 태양 이외에 다른 별(항성)의 폭발도 자주 관측됐다.

2. 7년 만의 가장 강력한 폭발

지난 22일 오후에 발생한 태양폭발은 200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였다. 미 NOAA는 이 태양폭발에 대해 우주입자폭풍 경보등급 3단계(위에서 3번째)인 ‘S3’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S3 경보는 공기저항으로 저궤도 위성의 고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고 일부 지역에서 고주파(HF) 방식의 통신이 두절될 수 있는 정도일 때 내려진다.

25일 현재 입자폭풍의 강도가 약해짐에 따라 경보등급은 ‘S2’로 낮춰진 상태다. 이번 태양폭발은 특히 올해 첫 번째로 발생한 데다 7년 만에 최대 규모로 발생하면서 앞으로의 태양폭발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3. 통신장애도 태양폭발의 영향

태양은 지구로부터 무려 1억5000만㎞나 떨어져 있지만, 그곳에서 발생하는 폭발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준다.

태양폭발이 일어나면 에너지 입자와 X선 등이 우주로 방출되면서 지구 표면에서 50㎞ 이상 고도에 위치한 전리층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전리층의 기능에 영향을 주면 통신장애가 생기게 된다. 원래 전리층은 지상에서 발사한 전파를 흡수 반사하며 무선 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리층에 있는 전자 수가 많아지면 전파를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게 되는 것. 결국 통신장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전리층의 성질이 변화하면 복구에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태양활동 극대기였던 지난 2002년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통신이 일시 끊기고 다목적 위성 아리랑 1호도 갑자기 고도가 600m 정도 낮아진 적이 있다.

4. 방사선량 확대되면

태양폭발로 인해 고에너지 입자가 코로나 형태로 방출되면 지구의 극지방에는 오로라가 생긴다. 문제는 이 극지방을 통과하는 항공기 노선이 많다는 것이다. 오로라가 생겼을 때 이곳을 지나가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태양 방사선에 노출된다.

태양폭발이 발생하지 않은 평상시에도 극지방을 지나는 비행기 승객들은 피해를 입는다. 이재기(원자력공학) 한양대 교수팀의 2006년 연구에 따르면 국내 항공 승무원의 연간 평균 방사선량은 조종사가 2.96밀리시버트(mSv·Sv는 인체에 흡수된 방사선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 객실 승무원이 2.28mSv로 나타났다. 여기에 자연계로부터 연간 평균 2.4mSv의 자연 방사선을 받는 것을 합해야 한다. 따라서 태양폭발이 발생해 방사선량이 크게 확대되면 인체 피해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5. 태양폭발의 선물 오로라

태양폭발은 전파 교란과 같은 악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극지방 하늘에는 아름다운 오로라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번 태양폭발로 지난 24일 노르웨이 북부 트롬소 인근과 영국 북부 및 스코틀랜드 상공에 경이로운 오로라 쇼가 펼쳐졌다. 주로 극지방에서 오로라가 나타나는 것은 지구를 둘러싼 강한 방사선막인 밴앨런대가 극지방에서 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 방사선을 막아주는 지구의 방탄조끼 격인 밴앨런대의 틈새를 통해 태양폭발에 따른 에너지 입자들이 대거 침투하는데 이것이 오로라다. 태양폭발로 인해 전하를 띤 물질이 대규모로 지구 자기장에 들어오면서 공기 분자와 반응, 청록색을 띠는 빛의 커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오로라의 진짜 모습은 강한 방사성을 띠는 무시무시한 태양폭풍인 셈이다.

6.여객기 항로 속속 변경

태양폭발에 따른 통신 교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 20편이 항로를 변경해 운항했다. 대한항공은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에서 북극지방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여객기 총 17편의 항로를 바꿔 운항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틀간 뉴욕과 시카고발 인천행 여객기 3편의 항공기가 북극지역을 우회하도록 항로를 바꿨다고 밝혔다. 이들 비행기가 북극지역을 우회하면서 도착시간도 평소보다 20∼40분 이상 지연됐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을 비롯해 극지방을 오가는 외국 항공사들도 일부 여객기 항로를 긴급 변경했다. 델타항공 측은 25일 통신장애 우려로 디트로이트와 아시아 지역 사이를 운항하는 여객기 항로를 바꿨고, 유나이티드항공도 앞서 23일 태양폭풍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사 여객기 1대에 우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7. 앞으로 더 큰 태양폭풍 올까

전문가들은 2013년의 태양폭풍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의 흑점은 11년을 주기로 크기가 커졌다 줄었다를 반복하는데 전문가들은 1년여 뒤인 2013년 5월을 극대기로 전망했다. 영국 정부의 과학자문위원들은 지난해 2013년 발생할 태양폭풍은 통신위성 전자기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에 최대 2조달러(약 3200조원)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일간지 벨파스트 텔레그래프는 과학자문위원 존 베딩턴 교수 등의 말을 인용해 “2013년 태양폭풍으로 통신위성 작동 중단 및 부품 파손 위험이 있으며 지상에서는 강력한 자기 변동으로 전선 과부하가 걸려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빗대 ‘지구촌 카트리나’ 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혀 그 파장을 짐작케 했다. 카트리나는 지난 2005년 여름 미국 남동부를 강타, 당시 사망 및 실종 포함 2541명의 인명 피해를 냈었다.

8. 태양폭발이 인류의 멸망 부를까

태양폭발은 영화 ‘2012’를 계기로 큰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2012년 12월까지만 달력에 표시해 인류 멸망을 예고한 마야의 달력과 태양폭발을 연결시켰다. 영화는 태양폭발로 지구 핵 활동이 활발해져 엄청난 지진이 발생하고 얼음이 녹아 바다가 대륙을 삼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사(NASA·미항공우주국)는 “어이없다”고 무시했지만 종말론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영화 ‘노잉’ 역시 태양폭발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등 태양폭발에 대한 우려는 큰 편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에 이 정도 충격을 줄 만큼의 강력한 태양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9. 한국의 대응은

기상청은 2013년 태양 활동 극대기를 대비해 ‘국가우주기상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오는 4월부터는 태양폭발을 포함한 우주기상 예·특보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기상위성센터 내 우주기상 상황실에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우주복사폭풍’과 ‘우주입자폭풍’, ‘우주자기폭풍’ 등 세 유형의 우주폭풍에 대해 특보를 낼 방침이다. 미 NOAA에서 발표한 경보 발령과 비슷한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2017년에 발사될 천리안 위성의 후속 위성에 우주기상 관측센서를 탑재해 관측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10. 피해 항상 대비해야

첨단 기술에 미치는 우주폭풍의 영향을 이해하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내비게이션 장애로 자동차 운전이 어려워질 때도 있을 수 있고, 항공기가 무더기로 결항하거나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위성 통신이 두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첨단 기술이 잠시 작동하지 않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졌을 때 우왕좌왕할 경우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