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과 동시에 배우는 웃음은 ‘삶의 전략’

웃음의 심리학 / 마리안 라프랑스 지음, 윤영삼 옮김 / 중앙북스

아기들은 태어나기 한두 달 전 자궁 속에서부터 웃는다. 이때 아이들의 웃음은 행복함에서 우러나는 진짜 웃음이다. 자궁 속에서는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얼굴 근육을 조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들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두 종류의 웃음을 짓게 된다. 자궁 속에서처럼 진짜 웃음도 짓지만 가짜 웃음도 짓는다. 가짜 웃음이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전략적 웃음’이다. 세상에 나오고 난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돌보도록 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아기의 웃음에서 시작해 인간의 희로애락에 담긴 웃음의 다양한 의미를 분석한다. 무엇이 사람을 웃게 만드는지, 사람들이 웃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심리학, 의학, 인류학, 생물학, 뇌과학 등의 학문을 동원해 이 책에 풀어냈다.

아기들은 생후 5~6주부터 사교적인 웃음을 지을 줄 알게 된다. 저자는 프랑스 생리학자 뒤센 드 블로뉴의 실험 결과를 인용해 눈꼬리와 볼 근육의 위치가 진짜와 가짜 웃음을 구분하는 힌트가 된다고 설명한다.

얼굴 감각을 모두 상실한 사람을 대상으로 얼굴 근육을 전기로 자극하는 실험을 한 결과, 특정한 의도를 갖고 일부러 웃음을 지어 보일 때는 입꼬리는 올라가지만 눈매와 볼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반면 입 주위 근육과 눈 주위 근육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웃음은 ‘진짜 웃음’으로 처음 발견한 뒤센의 이름을 따 ‘뒤센 웃음’이라 명명됐다.

웃음은 역설적으로 상대방에게 경멸을 전달하는 완벽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재판정에서 크게 웃음으로써 자신을 재판하는 과정 자체를 조롱했다. ‘유나바머’로 유명한 테드 카진스키는 법정 신문 절차가 끝나고 기자들 앞에서 웃음을 보였다. 스탈린, 폴포트, 오사마 빈 라덴 등 대량 학살을 저지른 자들 모두 사악한 얼굴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생명에 대한 사람들의 경외감을 조롱하듯 이들은 활짝 웃고 있다.

웃음에는 성 정체성이 반영되기도 한다. ‘남자는 늠름하고 용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아기 때부터 여아는 자주 웃도록, 남아는 덜 웃도록 키우는 성 차별이 조장된다.

이런 경향은 트랜스젠더에게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트랜스젠더를 실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자에서 여자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들은 수술 전보다 자주 웃고 활기차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여자에서 남자로 전환한 사람은 자주 웃지 않기 위해 애쓴다.

웃음의 크기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험을 통해 여자 종업원들에게 똑같이 서빙을 하면서 절반은 크게 웃도록 하고, 절반은 옅은 미소를 짓게 했다. 그 결과 환하게 웃음 지은 종업원들이 훨씬 많은 팁을 받았다. 이처럼 ‘조작된 웃음’은 서비스업은 물론 정치인이나 배우 등이 애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된다.

나라마다 웃음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북유럽에서는 낯선 사람을 보고 웃지 않는다. 러시아인과 폴란드인은 낯선 사람이 미소 지으면 수상쩍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잘 웃는다.

저자는 웃음이 “상대방으로부터 정서적인 전류를 만들어 낸다”면서 “웃는 표정을 보는 상대방에게만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짓는 사람에게도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