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모든것 총동원했지만… 백화점식 처방 나열 실효성엔 의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속타는 승부조작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광식(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5개 프로스포츠 단체장 등이 모인 가운데 경기조작 등 최근 체육계 현안문제 종합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한선교 한국농구연맹 총재,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맞은편 왼쪽부터).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정부는 21일 최근 체육계에서 잇따라 터진 각종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정부 6개 기관이 망라됐고 체육단체로는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민생활체육회 및 5개 프로스포츠 단체가 대책마련에 참여했다. 정부가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체육계의 비리 중 핵심은 프로스포츠 전반을 뒤흔들어 놓은 경기조작이다. 이날 대책도 여기에 집중됐다. 지난해 프로축구에서 처음 승부조작이 적발된 뒤 법적인 보완책은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17일 공포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경기조작 관련자 및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한 것은 물론, 도박 사이트를 통해 베팅한 경우에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아예 불법 사이트 접근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력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배구로 경기조작이 확산됐고,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에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서둘러 ‘종합처방’을 내놓게 됐다. 자칫 희망과 감동을 안겨주는 스포츠의 존립근거 자체를 무너뜨리는 사태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는 법적 처방 이외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정부는 경기조작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면서 스포츠계의 자율적 통제에 무게를 두었다.

해당구단에 대해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 그것이다. 승부조작 선수가 나온 구단은 해체까지 각오해야 하는 만큼 구단들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번 종합대책은 ‘백화점식’처방에 그쳐 자칫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단체들의 ‘각오’와 ‘처벌’에만 의존한다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이같은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점검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종합대책에서는 학교운동부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운동부 수입을 학교회계에 편입도록 제도화하고, 관행적으로 모금되는 학부형 회비를 인정하되 학교장 관리하에 운영토록 했다.

이와 함께 일부 체육단체의 고질적인 회계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비리 관련 임원이 기소만 돼도 구속 여부에 관계없이 직무를 정지시키기로 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