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읽읍시다>기발·순수… 미소 피어나는 초년생 詩

★시 먹는 돼지(김준철 지음/이른아침) =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이 시인 준철이가 유년 시절에 썼던 시들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시들을 읽다보면, 아이의 순수한 동심에 절로 미소를 짓게된다. 준철이 아버지가 아들의 시집을 축하하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난다.’

‘집에 들어와 엄마가 없으면,/전화기부터 찾는다.//엄마가 전화를 받지 못하면,/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눈물이 찔끔!//…TV를 켜고 컴퓨터를 하지만,/온통 전화기에만 신경을 쓴다,/“미안해, 엄마가 진동으로 해놔서 못 들었어”/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이제 컴퓨터 속으로/푹 빠져들자!’(‘엄마 없는 날’ 일부)

준철이는 수필가인 어머니 곁에서 자라며 글과 친하고, 사진 작가인 아버지와 함께 다니며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길렀다. 안경을 놓고 산책하게 된 날에 이렇게 썼다.

‘안 보일 바에 눈을 감고/아빠 손을 잡으려 걸었다.//그러자 갑자기 안 들리던 소리가/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찌르찌르 풀벌레소리’(‘눈보다 귀로 먼저 온 가을’ 일부)

시편 하나하나가 기발하고 천진한 아이의 시각을 담고 있다. 어른 시인이 아이의 마음을 빌려서 쓰는 여느 동시집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구름이 창백해진다./찔끔찔끔 한 방울 흘리다가/드디어 오줌보가 터졌다!/쏴아아아악!!!//하늘도 시원하겠다.’(‘소나기’ 전문)

아이가 이처럼 꾸밈없는 시심을 가꿀 수 있었던 것은 화목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저절로 샘솟기 때문일 것이다.‘잠을 잘 때,/아빠는 방귀를 뀌고/엄마는 코를 골고/큰형은 침을 흘리고/작은형은 이갈이와 잠꼬대를 한다.//그래도,/나는 우리집 식구가 제일 좋다.’(‘우리집 주특기’ 전문)

12~13세기의 몽골 눈앞서 보는 듯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3,4(허영만 그림, 이호준 글/월드김영사) = 한국 영화계 거장인 고 신상옥 감독은 말년에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제국의 지배자였던 칭기즈칸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만들고자 했으나 할리우드 자본과 손을 잡고 구체적으로 작업을 진행했으나 워낙 방대한 프로젝트라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국내 대표적 만화가인 허영만은 칭기즈칸의 일생을 그림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1, 2권은 그 서막이었다. ‘각시탈’‘타짜’‘식객’ 등에서 보인 화력(畵力)을 집대성한 듯, 서사의 힘과 그림의 박진감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이번에 함께 나온 3, 4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철저한 국내외 사료 조사와 현장 답사를 거쳐서 나온 작품은 12~13세기 몽골의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림 한 컷 한 컷에서 섬세한 공력이 느껴지는데, 곳곳에서 허 화백 특유의 익살과 해학을 만날 수 있다. 그 덕분에 긴장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도 간간이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

3권의 대부분은 테무진(칭기즈칸의 어린 시절 이름)의 의형제였던 자무카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자무카는 훗날 테무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됐기 때문에 몽골의 역사에서 비열한 인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허 화백은 각종 사료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비교해 자무카가의 리더십과 전술, 전략이 테무진에 버금갔다고 묘사한다. 4권은 테무진과 자무카가 결별해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 뒤에 몽골의 풍속과 역사를 설명한 대목, 연표, 허 화백의 취재기 등을 수록하고 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