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마틴 스코세이지 “아이들 눈으로 세상 그리려 했죠”

‘좋은 친구들’, ‘비열한 거리’,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등 초강대국 미국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어두운 사회상을 탁월한 연출력으로 담아냈던 마틴 스코세이지(70) 감독. 1976년 ‘택시 드라이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가 3D 가족 영화 ‘휴고’로 다시 한번 거장의 명성을 입증했다. 1930년대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에서 시계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고아 소년 ‘휴고’가 돌아가신 아빠가 남긴 고장 난 로봇 인형을 수리하면서 거대한 비밀을 만나게 되는 내용을 그린 영화 ‘휴고’로 스코세이지 감독은 지난달 제69회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수상했다. 비록 27일(한국시간)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 ‘휴고’는 올해 최다인 총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촬영상·미술상·음향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했다. 29일 ‘휴고’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스코세이지 감독을 제작사를 통해 e메일로 만났다.

―‘휴고’를 연출하게 된 동기는.

“4년 전쯤 브라이언 셀즈닉의 원작 그림책 ‘위고 카브레’를 전달 받아 앉은 자리에서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쭉 읽었지요. 작은 소년이 기차역 속에 숨어 살면서 시계 태엽 사이를 뛰어다닌다는 설정이 참신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장난감 가게의 늙은 신사가 (최초의 영화 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일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한 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잊혀진 한 영화 감독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작품에 도전하게 됐죠.”

―‘휴고’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설정은.

“‘휴고’는 열두 살 소년 ‘휴고’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점이, 특히 홀로 있는 아이의 상처 입은 듯한, 예민한 감수성이 좋았어요. 이 어린 소년은 기차역 안, 거대한 기계에 둘러싸여 살아가요.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하죠.”

―영화와 원작 ‘위고 카브레’의 다른 점은.

“영화 속에서 사챠 바론 코헨이 연기한 역무원 캐릭터가 원작과는 성격이 조금 달라요. 원작에서는 오로지 공포의 대상인 악당으로 등장하지요. 고아들을 잡아들이기 바쁜 무자비한 캐릭터였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 역무원은 무자비한 모습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꽃집 아가씨 앞에서 부끄러움도 탈 줄 아는 사람으로 등장하지요.”

―처음으로 3D 영화를 만든 소감은.

“3D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 효과가 배우를 매우 돋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배우가 움직이는 게 꼭 조각이 움직이는 것 같죠. 평면이 아닌 만큼, 연기와 움직임에 따라 연극과 영화를 합쳐 놓은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이 저를 항상 흥분하게 했고, 그런 의미에서 3D 영화는 제가 늘 꿈꿔왔던 작업입니다. 책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이야기 수정이 불가피했지만 3D 기법이 책이 가지고 있는 울림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해요.”

―‘휴고’는 어떤 사람들을 위해 만든 영화인가.

“이 영화가 가족 모두를 위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휴고와의 공감대, 이야기의 미스터리, 그 미스터리가 풀려가는 과정과 이자벨의 합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한 데로 엮여가는 과정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죠. 관객들이 우리가 만들어낸 휴고 카브레의 세상을 보면서 즐거워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을 위한’ 영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휴고’의 원작을 읽으면서 제 딸들과 상의했어요. 책을 만든 작가 브라이언 셀즈닉은 가족에 대한 특별한 시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성인이 되면 어릴 때 살았던 곳에 대한 향수가 생깁니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되죠. 어릴 때 살던 곳에 대한 기억은 사실 환상과 같고,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요. 어른이 되면 현실에 대해 알게 되죠. 이런 점을 이용해 ‘가족을 위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아이의 관점으로 돌아가 현실을 다룬 것이죠. 저는 가족을 떠올리며, 가족을 위해, 아이들의 시점으로 보는 세상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