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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고금평 기자의 컬처홀릭 게재 일자 : 2012년 02월 29일(水)
‘K팝 스타’ 천재소녀 이하이의 ‘恨서린 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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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팝 스타’에는 정말 탄복할 만한 오디션 참가자들이 수두룩합니다. 무엇보다 10대 어린 친구들이 보여주는 마술 같은 경연은 ‘이것이 과연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관록미, 원숙미 같은 단어들이 10대와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려줬습니다.

많은 참가자 중 한 소녀가 특별히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의 아델(Adele·올해 그래미상 6관왕 수상자)’이라 불릴 만한 이 소녀의 이름은 이하이입니다. 올해 16세인 이 소녀는 박지민, 이미셸 같은 ‘가창 종결자’들과 함께 생방송 무대에 진출했습니다. 이 소녀, 정말 물건입니다.

작고 통통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가창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박지민이 모든 장르에서 A학점을 받는 장학생이라면, 이하이는 아르앤비(R&B)와 솔(Soul) 장르에서 A플러스를 받는 특별한 보컬리스트입니다.

다른 참가자들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그들이 흑인 음악을 교과서처럼 부르거나 흑인 가수들의 창법을 ‘흉내’낼 때, 이하이는 그것을 넘어 ‘흑인 가수’가 돼 있습니다. 마치 ‘내 몸속엔 흑인 가수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때론 아레사 프랭클린처럼, 때론 빌리 할러데이처럼 부릅니다. 이 어린 소녀가 부르는 모든 노래의 첫 마디를 떠올려보십시오. 그가 첫 마디의 첫 음을 떼는 순간, 눈가가 시퍼레지고 가슴이 먹먹한 느낌을 받지 않으셨나요? 그의 보컬에 켜켜이 묻어있는 왠지 모를 애상의 흔적은 학습과 훈련으로 얻은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는 오디션에 경연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기 위해 나온 사람 같습니다.

이하이의 음색은 타고났습니다. 반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이 음색을 등에 업고 부르는 그의 노래는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때론 레이백(Layback·미는 음)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기본 음의 행렬을 늦추는 그의 가창은 그래서 더 구슬픕니다. 상여(喪輿)를 부여잡고 통곡하는 이의 느린 발걸음을 목격하듯, 그의 창법은 그렇게 느린 호흡으로 긴 마디의 여정을 조심스럽게 이어나갑니다.

그의 노래는 인생입니다. 16년밖에 살지 않은 귀엽고 순진한 소녀의 목소리에는 지난한 삶의 조각들을 감싸안고 묵묵히 인내해야 했던 마이너 인생의 한(恨)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의 절창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 한편의 쓰라린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난 듯한 느낌에 속에 있는 무언가를 토해내고 싶지는 않으셨나요?

이하이는 부모의 반대에도 음악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잠시 실용음악 학원에서 노래를 배우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집에서 음악을 듣고 연습하고 고백처럼 노래했다고 합니다. 그가 생방송 무대에서 우승하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건 그의 노래를 통해 오랜만에 음악의 진실과 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대형 신인이 우리나라 가수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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