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공효진 “삐딱한 나, ‘골때리는’ 로코 어울려요?”

배우 공효진은 이중적(?)이다.

외모만 봐도 그렇다. (미인형은 아니라도)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톰보이’같은 매력을 풍긴다. 작품 활동을 보면 그의 이중적 성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그는 ‘파스타’ ‘최고의 사랑’ 등 가장 대중적 성향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등 영화에선 상업적 작품과는 별 인연을 맺지 않았다.

영화 ‘러브픽션’도 마찬가지다. 29일 개봉하는 ‘러브픽션’은 로맨틱 코미디(이하‘로코’)라는 장르적 측면에서는 대표적 상업영화인데 좀 ‘삐딱한’ 로맨스물이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영화가 참 ‘공효진스럽다’”고 했더니 “그런가요? 좀그렇죠?”라며 화통하게 웃었다.

“제가 하면 모두 비주류쪽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사실 전 전형성이 없는, 독특한 느낌을 좋아해요. 이 영화도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참 골 때리는 영화다’했었거든요.”

“드라마 쪽 선택을 보면 오히려 정반대지 않냐”고 딴지를 걸자 “내게 있는 마이너 감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드라마는 가장 대중적인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러브픽션’은 배우 하정우가 영화사에 직접 제안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상대역도 그의 스케줄에 맞춰 오락가락했다. 그러다보니 일부는 거절을 했고 몇몇은 이름만 올리다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자리를 ‘꿰찬’ 공효진은 ‘대체 불가’ 캐스팅의 한 모델이라 할만큼 하정우와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돌고 돌다 온 시나리오를 ‘기꺼이’ 받아든 이유를 묻자 “남녀가 큰 도로변에서 포옹하고 화해하는 식의 ‘로코’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업적 장르의 탈을 쓴 채 가장 찌질한 톤으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게 좋았어요. 겨드랑이 털을 가진 여자가 주인공이 될수 있단 걸 상상해봤나요? 무엇보다 주류과 비주류 양극단 중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은 감독의 뚝심과 액자식 구성이 마음에 들었죠.”

연애 한번 못해본 소설가와 쿨한 도시녀의 사랑을 그린 ‘러브픽션’에서 그는 하정우의 연인 희진 역을 맡았다. 희진은 사랑을 믿지 않는 여성으로 ‘로코’의 여주인공 답지않게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는 황당한 캐릭터다.

“공효진이니까 크게 당황스럽진 않았다”고 하자 그는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미쓰 홍당무’에서 여배우가 할수 있는 가장 최악의 캐릭터도 해 봤는데 뭘 못하겠어요? 희진은 사람들의 시선에 관심이 없는 인물예요. 저는 직업상 전혀 신경을 안쓸 순 없지만 대범한 편이랄까요. 그런 면에서 희진과 전 비슷해요. 세상사나 연인의 반응에 별 관심이 없는 듯 사는 희진의 모습에 중점을 뒀지만 내면을 세세하게 묘사하기 보다는 시치미 떼고 있다 마지막에 한방 터뜨리는 식을 원했어요.”

대부분이 한 테이크로 ‘OK’될 정도로 하정우와의 호흡도 좋았다. 하지만 영화 속 또다른 이야기인 주월의 소설 속 인물을 연기할 땐 ‘NG 퍼레이드’였단다.

“촬영할 때 가장 힘든건 아이라인을 시커멓게 그린 하정우씨를 쳐다보는 거였어요. 세상에, 자기가 다시 라인을 덧칠하고 있지 뭐예요. 하정우씨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이라 합을 맞추기 좋은 배우예요.”

공효진에게 최고의 합을 보여준 배우는 누굴까. 한사람 꼽아 달랬더니 주저없이 “류승범”이란다.

“류승범은 연인이자 내 최고의 관객”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공효진은 “곧 또 한편의 사랑이야기로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귀뜸해줬다.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