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車를 빼놓고 美민주주의를 논하랴

자동차와 민주주의 / 강준만 지음 / 인물과 사상사

“자동차가 미국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상응하는 연구가 학계에서 이뤄진다면, 그렇게 해서 나오는 책이 적어도 우리 도서관 장서의 40%는 차지할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린우드 브라이언트가 1975년에 한 이 말은, 지금의 미국을 이끌어온 것은 자본주의 대표상품 자동차로, 미국인의 자동차 생활을 알지 못하고는 세계제국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미국인은 자유를 자율과 이동성의 개념으로 파악하니 이를 상징하는 게 곧 자동차다”고 설파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의회연설에서 “자동차를 발명한 나라인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실언해 독일 벤츠의 항의를 받을 정도로 자동차는 지금까지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책은 자동차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에서 더 나아가 일종의 세속적 신앙의 지위로 승화됐음을 보여준다.

역사학자 루이스 멈퍼드는 ‘자동차 종교’라는 말로, 미국인의 자동차 생활을 비판했다.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세계 자동차 운행거리의 50%, 휘발유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미국인의 3분의 2가 과체중이고 교통비는 주택비와 비슷한 미국의 ‘자동차 공화국’ 실태를 보여준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