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터… ‘스마트화-파편화’의 공존

일의 미래 /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생각연구소

# 1. 영국 런던에서 다국적 기업에 다니는 질은 잠에서 깨자마자 밤 사이 전세계 동료와 고객들이 보내온 메시지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대신 아바타를 손보고 화상회의를 시작한다. 그녀는 회의 틈틈이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고 스마트 기기로 중국과 인도,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하는 동료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오후에는 회사에서 마련한 공동 사무실인 오피스허브에 출근하지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들 가상 공간이나 화상통화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아는 이를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 2. 미국에 사는 28세의 브리에너는 햄버거 가게에서 시간제로 근무하며 매일 밤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녀는 가끔 온라인에서 자신에게 맞는 채용공고를 찾아 지원해 보지만 중국과 인도에서 교육받은 더 똑똑하고 의욕 넘치는 수백만 명과의 경쟁에서 번번이 밀린다. 세계 경제의 하층민에 속한 브리에너는 글로벌 노동시장에 합류하는 전세계 수십억 명과 경쟁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브리에너 같은 새로운 소외 계층은 자국에 불어닥친 경기침체와 긴축재정의 영향까지 받으며 더욱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머지않은 미래 2025년의 직장인 풍속도다. 이 책은 2025년의 ‘노동 지도’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일의 역사와 의미, 인간과 일의 관계, 업무처리 방식, 인간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 2025년의 하루 일과를 여섯 가지 가상 시나리오로 보여준다. 생동감 넘치는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 저자는 30개국, 200명의 현직 글로벌 인재들을 만나 그들이 예상하는 ‘일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은행 압사,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노무라, 인도의 인포시스, 미국의 시스코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었다.

저자는 이들에게 일의 미래를 바꿀 ‘다섯 가지 힘’에 대해 설명하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 예상가능한 2025년의 일과를 구상해 보도록 했다.

다섯 가지 힘은 기술발전을 비롯, ▲세계화 ▲인구 통계의 변화 ▲가족·인간관계·사회제도 등 사회구성 요소의 변화 ▲저탄소 경제의 활성화 등이다. 글로벌 인재들은 현업에서 느끼는 업무 환경 및 사회 변화를 고려,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고, 저자는 이를 정리해 현실성 있는 일의 미래를 그려냈다.

저자가 만든 2025년 가상 시나리오에는 파편화, 외로움, 소외라는 부정적인 모습과 협력, 참여, 창조라는 긍정적 모습이 공존한다. 결국 미래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으로 그릴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두 가지 예측을 배제하지 않고, 개인이 어떤 선택과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든 두 가지 예처럼 긍정적인 시나리오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일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 가려면 고정관념, 지식과 능력, 업무관행 혹은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더 많은 연봉과 안정된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일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