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원이 매입자금?… 출처는 미스터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37)씨의 미국 아파트 매매 의혹사건과 관련해 계약이 맺어진 아파트가 당초 알려진 것처럼 한 채가 아니라 두 채였음을 알려주는 증언이 나왔다. 4·11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속도조절에 들어간 검찰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7일 미국 부동산투자회사 EV사 직원이었던 미국 교포 엘리사 서(Elisa Suh)씨는 “(2007년 10월8일에)경연희씨와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에 허드슨클럽 435호 아파트를 매매·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맞고, 당시 정연씨는 계약서에 ‘Roh’라고 직접 자필 서명을 했다”고 조선일보 측에 뉴욕 현지에서 밝혔다.

EV사는 경씨가 세운 부동산 회사로 서씨는 공증인 자격으로 계약서를 쓰는 자리에 참석했다. 서씨는 그동안 “정연씨와 경씨에게는 그분들의 인생이 있다”며 계약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었다.

서씨는 “경씨와 정연씨는 친해 보였고, 당시 (정연씨가) 대통령 딸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집을 사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의 언급에 따르면 정연씨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허드슨클럽은 기존 400호와 435호 두 채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정연씨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서 “400호를 사려고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정연씨가 400호를 매입하고 잔금까지 완납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중도에서 수사가 중단됐었다.

서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정연씨가 매입했다는 아파트는 두 채가 되는 셈이다. 서씨는 현재 EV사에서 퇴직했으며 부동산중개업체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두 채의 분양 당시 가격이 280만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전체 매매대금이 누구로부터 조달됐는지에 대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 경씨의 지인인 이달호(45·카지노 매니저)씨는 “경씨가 정연씨에게 전화로 돈을 부탁했고, 국내에 있는 동생을 시켜서 경기 과천역 부근에서 13억원이 담긴 돈상자를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로부터 건네받았다”고 폭로했다.

3년 전 대검 중수부 수사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돈은 지금까지 140만달러로 알려져 왔다. 박 전 회장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13억원은 나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