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6.19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3월 08일(木)
“현대인 ‘他者착취’보다 ‘자기착취’가 더 문제”
한병철 獨 카를스루에大 교수 ‘피로사회’ 한국어판 출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성과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이며,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한병철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 교수는 7일 이 시대를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성과사회’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운을 뗐다. 한 교수는 ‘성과사회’의 폐해를 날카롭게 분석한 ‘피로사회’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한 교수가 지난 2010년 가을 독일에서 출간한 ‘피로사회’는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디 차이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슈피겔’ 등 독일의 주요 언론 매체들이 앞다투어 서평을 내보냈으며, 2주 만에 초판이 매진되며 2011년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철학서로 꼽혔다.

철학책이 이러한 호응을 얻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 교수는 ‘피로사회’로 철학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비평가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

‘피로사회’가 독일 지식인사회에서 이토록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교수는 이 질문에 “무엇보다 이 책이 소진증후군,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과 같은 정신 질환의 역사적 위치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책은 우울증과 같은 심리 장애를 오늘날 성과사회의 근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결과로 해석한다.

한 교수는 “자아와 타자 사이의 적대성 내지 부정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금지·강제·규율·의무 결핍·타자에 대한 거부 등)에서 그런 부정성이 제거된 사회, 부정성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능력·성과·자기 주도·과잉·타자성의 소멸 등)로의 변화가 20세기 후반 이후에 일어났다”며, 이 새로운 사회를 ‘성과사회’로 명명했다. ‘피로사회’의 핵심 테제인 셈이다.

한 교수는 “자본주의 생산성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타자 착취’ 때보다 ‘자기 착취’ 때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며 “타자 착취보다 자기 착취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가해자가 타자 즉, 다른 사람일 경우 가해자를 제거할 수 있는 반면, 자기 착취 사회인 성과사회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해 가해자를 제거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성과사회는 인간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인지, 좋은 것인지, 만족할 수 있는 것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한 ‘성장을 위한 성장’을 의미해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 역시 성과사회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폐해와 정신 질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역자 후기를 통해 ‘피로사회’를 해제한 김태환 서울대 교수는 “한병철 교수가 이야기하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전환, 부정성의 패러다임에서 긍정성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생산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 학교 교육과 관련해 체벌이나 학생 인권 조례 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논쟁은 우리 역시 그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과정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성과사회’‘피로사회’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교수는 “무엇보다 스스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인식을 하게 되면 가해자를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 스스로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독일로 건너가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 등을 연구한 한 교수는 대학에서 철학과 미디어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mail 김도연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욕정 주체 못한 황후도 매춘했던 ‘향락의 제국’
▶ 여신도 ‘길들이기 성폭력’ 목사 업무상 간음죄 적용
▶ 고진영 “체격 큰 남자 좋아…켑카 만나고 싶어”
▶ 자가용기 비행중 10대와 성행위한 50대 前CEO 7년형
▶ 회삿돈 370억원 빼돌린 50대 “대부분 유흥비로 썼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유죄 인정되면 최고 징역 10년…지역 사회는 ‘충격’ 돈을 받고 이웃에 사는 어린이들을 집으로 초청해 성관계 장면을 보여준 인도네시아..
mark욕정 주체 못한 황후도 매춘했던 ‘향락의 제국’
mark회삿돈 370억원 빼돌린 50대 “대부분 유흥비로 썼다”
고진영 “체격 큰 남자 좋아…켑카 만나고 싶어”
[속보]합참 “北 선박 탑승 4명 중 2명 귀순 의지 강..
시진핑, 노동신문에 “中·朝 친선 공고” 기고
line
special news 오종혁, 한밤중 교통사고 목격 운전자 구호 조치
그룹 클릭비 출신 배우 오종혁(36)이 한밤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다친 운전자 구호 조치를 도운 것으로 확..

line
‘기술유출’ 의혹 한수원, 보안USB 3391개 회수 안했..
여신도 ‘길들이기 성폭력’ 목사 업무상 간음죄 적용
‘5060 新중년’ 41% “황혼이혼 할 수 있다”
photo_news
하연수 또 ‘까칠한 댓글’···SNS 답변 도마 위로
photo_news
노골적 성희롱… 고삐 풀린 1인방송
line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illust
새로운 조선에 맞는 새로운 인간형 만드는 게 변화의 목표였다
[인터넷 유머]
mark택시 운전 첫날 mark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
topnew_title
number 자가용기 비행중 10대와 성행위한 50대 前C..
私學에 다시 칼 대는 文정부…‘사학법 개정 ..
윤석열發 인사태풍… 로펌들은 ‘전관잡기’ 경..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
30대 한국인 인도서 패러글라이딩 도중 실종
hot_photo
미셸 오바마 피구선수 변신…‘팀..
hot_photo
“낮잠에 업무효율 쑥쑥”…日서 낮..
hot_photo
KIA 이범호 은퇴 결정 “많은 고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