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방글라데시 속담… 어 ! 우리와 비슷하네

속담 인류학 / 요네하라 마리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어느 출판사에 원고를 들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작가지망생이 있었다. 창작력은 물론 글솜씨도 형편없었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찾아와 편집자를 괴롭혔다. 결국 지친 편집자가 그에게 “작가적 생산력은 뛰어나지만 공부가 더 필요하다. 발자크, 뒤마,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토마스 만을 읽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작가지망생이 이에 대해 “그 책들 모두 길어서 좀체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하소연하자, 편집자는 “바로 그것이 좋은 것이다. 당신이 독서에 몰두하면 할수록 창작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결점을 깨닫지 않고 남의 단점만 비판하는 내용의 ‘눈곱이 코딱지 비웃는다’는 장은 이 같은 유머로 시작한다. 이어 아프리카 스와힐리어의 ‘원숭이는 자기 엉덩이는 볼 수 없고 남의 엉덩이만 바라본다’는 속담을 시작으로 ‘빨갛게 까진 엉덩이를 비웃는 원숭이가 있을까’(세네갈), ‘바늘이 찻잎 거르는 쇠조리에 구멍이 있다며 비웃는다’(방글라데시), ‘체가 쇠조리에게 구멍투성이라고 비웃는다’(아프가니스탄), ‘냄비가 솥을 검다고 욕한다. 서로 검기는 마찬가지인데’(에스토니아), ‘알마딜로가 모로코이 거북을 보고 등딱지 자식이라고 욕한다’(베네수엘라), ‘뱀이 자신이 구부러진 것을 모르고 낙타보고 등이 굽었다며 바보취급한다’(위구르족), ‘오십보 도망간 자가 백보 달아난 자 비웃는다’(중국) 등 세계 각국의 유사 속담을 폭포수같이 쏟아내며 세계 공통의 지혜를 대조, 자신의 잘못은 모른 척하고 남의 그른 점만 비판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그러고는 슬며시 북한의 일당독재, 세습통치, 강제수용소, 폐쇄사회를 비웃는 일본의 세습정치인, 창업자와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쓰는 기업인, 강제수용소나 다름없는 왕따 이지메 문화를 거론한다. 그리고 ▲원맨 사장의 독재체제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 최고경영자 ▲세습제 ▲반대의견 말살 배제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만 채용 ▲터무니없는 자금과 자재 배분 ▲은폐체질 등 북한체제와 비슷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며 반성을 촉구한다.

일본의 코스모폴리탄 독설가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1950∼2006)는 ‘의사 제 병 못고친다’, ‘이왕 기댈 바엔 큰 나무 밑이 안전하다’ 등 29개의 주제에 대해 이같이 재미있는 유머나 노골적인 음담패설로 시작, 세계 여러 나라의 속담을 종합해 인류 보편의 교훈을 되새긴다. 그리고 강대국에 의한 전쟁과 국제정치, 환경과 사회문제 등 시대가 바뀌어도 항상 되풀이되는 각종 현안에 대해 신랄하게 조소한다.

그녀는 “사람은 웃다가 생각을 고치지, 설득당해서 생각을 고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면서 온 세상의 속담과 음담패설을 버무려 타성에 젖은 독자의 뒤통수를 호되게 때린다.

김승현 선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