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때 처음 고른 답 바꾸면 틀린다 ?… 아니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 조지프 핼리넌 지음, 김광수 옮김 / 문학동네

많은 사람들이 금과옥조처럼 믿는 말이 있다. “시험에서 처음 고른 답이 진짜 답이다. 답안을 바꾸지 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가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외모는 외모일 뿐, 나는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정말일까? 결론은, 둘 다 틀렸다. 시험에서 답을 바꾸는 행위에 대해 지난 80년 가까이 진행해온 조사에 따르면, 답을 바꿔서 틀리기보다는 정답을 맞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답을 바꾼 덕분에 시험 성적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뜻이다.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험 결과, 답을 바꾼 학생 대부분이 정답을 찾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나서 실제로 치른 시험에서도 학생들은 여전히 처음 썼던 답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구조적 편향 때문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투표를 할 때는 또 어떤가? 많은 사람들은 후보의 얼굴만을 보고 이미 ‘유능한’ 사람을 마음 속으로 결정해버린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치에 어지간히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첫인상이 이미 머리에 각인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들의 능력을 추측하게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이 정치인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능력을 추측한 시간은 고작 ‘1초’ 이내에 불과했다.

지난 1991년 미국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가 20년 동안 사람들의 실수담을 모아 그 원인을 분석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 실수를 하는 이유를 자신이 바라는 것만 보는 편향성,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자기 과신, 대충 보고 간과하는 습관,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의 신화에 사로잡혀 집중력을 잃고 마는 경향 등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그리고 예견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보다 겸손해져야 하며, 실수를 반성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음으로써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무엇보다 유명인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흥미로운 실수담으로 가득하다. 책을 읽다 보면 쿡쿡 웃다가도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와 너무나 유사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실수라는 창을 통해 본 인간의 구조적 결함은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그 한계를 뛰어넘는 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은 개인에게는 자기계발서인 동시에 좀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사회심리학 도서로도 읽힌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유용한 팁 가운데 하나. ‘상점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 줄을 설 때 조금이라도 짧은 줄을 찾고 싶다면 왼쪽부터 살펴보라.’ 왜냐고? 그 이유는 직접 책에서 찾아보시길.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