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진보의 탈을 쓴 이분법적 독단

진보의 굴레를 넘어서 / 김정래 지음 / 기파랑

부산교육대 교수인 저자는 좌파의 이분법적 독단과 개입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질곡(桎梏)에서 헤쳐나오는 계기를 만들고자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자는 근거 없는 포퓰리즘의 실체를 포함해 부당한 추론이나 치환, 여론의 호도를 알기 쉽게 파헤쳐 비판하고, 진보라고 하기 어려운 친북(親北), 종북(從北)과 밀착된 ‘퇴행’을 꼬집는다. ‘진보’가 편가르기 수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기제로 작용하면 전체주의와 독단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고와 언어의 부당한 치환에 특히 주목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원숙하게 사용돼야 할 언어가 교묘하게 치환되고, 부당한 추론이 아무런 여과 없이 일반인, 특히 젊은이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우리 사회는 약자보호라는 절대선(絶對善)을 상정하기만 하면 곧 만사형통의 논리가 된다. 저자는 ‘진보’라는 말을 채용하는 순간 일반인들을 대하는 논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자칭 진보진영의 퇴보 논리를 꼬집는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