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플롯… 역발상의 재미 ‘솔솔’

이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일단 재미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플롯(plot)이 굉장히 뛰어나다. 추석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문의 영광’류의 과잉이 빚는 코믹이 아니라 단타로 치는 코믹의 아기자기함이 듬뿍 배어 있다.

시체를 소재로 한 아이디어도 독창적이고,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물들의 ‘적당한’ 연기도 제법이다.

이를테면, 나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김옥빈의 표정과 행동은 무리가 없고, 상황극에 최적화한 이범수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으며, 다소 ‘오버’한다는 느낌에도 연타석 웃음을 선사하는 류승범의 총천연색 코믹 연기는 금메달감이다.

세 인물의 안정된 연기 위에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약간은 복잡하면서 미묘한 플롯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 게다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구성 방식에서도 이 영화는 영민한 방식을 보여준다. 결과를 던진 뒤 이에 의문을 갖는 관객에게 자세한 과정을 되짚는 역구성은 역발상의 재미를 안기고,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나는 스토리 전개는 기존 영화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공식이다.

매사 이성적이고 치밀한 연구원 현철(이범수)은 투기세력이 연구소를 사들이자, 해고된다.

현철은 연구소를 살리려고 노력한 선배가 눈앞에서 사고를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동화(김옥빈)는 아버지를 혼수상태에 빠뜨린 회장 일행을 협박해 치료비를 받아내려고 한다. 두 사람은 첨단과학기술이 담긴 칩을 숨긴 김택수 회장이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고민 끝에 시체를 훔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해 보였던 그들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인물 진오(류승범)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치밀한 브레인의 능력자 현철, 적극적인 행동파 동화, 그리고 천부적인 사기본능을 자극하는 진오 세 사람은 시체를 훔쳐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영화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성 안에서도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어느 장면에서도 순간의 탁월한 코믹감을 잃지 않는 이 영화는 장면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고, 주연과 조연의 역할 분담도 적절하게 이뤄져 보는 재미를 한껏 높인다. 과잉이 필요한 영화 장르인데도, 절대 앞서가지 않고 절제의 미학으로 매 장면을 다듬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연기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류승범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우선호 감독은 지난 2005년 단편 영화 ‘정말 큰 내 마이크’로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29일 개봉.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