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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랑 그리고 희망 - 2012 대한민국 리포트 게재 일자 : 2012년 03월 21일(水)
최고 과학 영재들의 ‘과외봉사’… “인생의 멘토役도 수준급이죠”
KAIST 교육봉사 모임 미담장학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미담장학회’ 회원인 KAIST 재학생들이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덕고 교실에서 여고생 제자들에게 수학 공부 노하우를 알려 주고 있다. 대전=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수학은 답안지를 보고 풀면 하루만 지나도 다 까먹기 때문에 안 돼. 시간이 걸리더라도 힘겹게 고생을 하며 풀어야 오래 남아.”

지난 19일 오후 6시10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덕고 생물실. 이곳에서 자동차로 10분쯤 떨어진 유성구 구성동에 위치한 KAIST의 재학생 3명이 영어·수학·과학 과목을 배우기 위해 수강신청한 고2 여학생 5명에게 상견례를 겸한 첫 수업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기 위해 떠난 교실에서 오빠와 같은 대학생 선생님들로부터 방과후 수업을 받는 여고생들은 딱딱한 교실 분위기와는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피곤함도 잊은 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김민정(18)양은 “내가 배우기 위해 스스로 신청해 참여한 수업이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면서 “선생님들과 나이 차이도 별로 없는 데다 친근하게 이끌어줘 편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학교 송용근(61) 교장은 “명문대생들이 자기 공부도 바쁠 텐데 무료로 우리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줘 너무나 고맙고 사교육비 절감은 물론 학습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같은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간여 동안 수업을 진행한 이주영(24·경영과학과 3)씨는 “KAIST 재학생들이 학원강사에 비해 가르치는 기술과 전달력은 부족할 수 있으나 공부하는 방법과 최근 입시정보 등의 노하우와 열의는 오히려 더 뛰어날 수 있다”며 “특히 우리들은 단지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고민 등 세세한 부분들까지 도와 줘 학생들이 만족해한다”고 들려줬다.

이날 고교생을 가르친 ‘대학생 선생님’들은 지난 2009년 7월 KAIST 재학생인 장능인(23·전기 및 전자공학과 4)씨의 주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에서 발족한 ‘미담(美談)장학회’ 회원들이다.

처음에 5명으로 출발한 이 장학회의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회원수가 재학생만 25명으로 늘었고, 회원은 아니지만 교육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재학생도 20여명이나 된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교육기부 사업’과 달리 대학생 주도로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이같은 봉사활동은 이기적이고 공부만 아는 ‘쫌생이들’이라는, KAIST 재학생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2년 9개월 동안 이 장학회는 주로 소외계층 중·고교생 700여명에게 KAIST 강의실에서 1주일에 3시간씩 3개월간 영어, 수학, 과학 등 3개 과목을 가르쳤다. 그리고 연 1~2 차례씩 명사들을 초청해 희망·비전·학업증진·리더십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주제로 한 무료 강연회도 열었다.

또 교육청 지원을 받아 실비를 받고 학교로 찾아가 수업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운영해 1000여명을 교육시키고, 이 과정에서 받은 실비 가운데 일부를 기부받아 ‘미담장학금’을 조성한 뒤 매년 5명 내외의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1인당 20만~3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같은 봉사활동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노력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유성구청으로부터 공로표창을 받기도 했다.

미담장학회는 이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언제나 문을 두드리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전국적인 교육봉사 확대를 위해 최근 울산과학기술대 학생들이 같은 이름의 장학회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준 데 이어 오는 6월부터는 전국 각 지역 대학교를 돌며 뜻 있는 대학생들과 함께 장학회를 확산시키는 데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이처럼 미담장학회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의 열정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에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일선 중·고교를 찾아다녔으나 학교 측에서 오히려 이들을 귀찮아 하며 외면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찾아가 학교 측을 설득한 끝에 강의를 시작했고, 실력 향상과 멘토 역할에 효과를 본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이 늘어나며 이제는 오히려 학교 측에서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다.

장학회 공동대표인 전민규(20·생명화학공학과 3)씨는 “미담장학회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면서 “현재는 대학생 교육봉사단체에 머물고 있으나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 고광일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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