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감춰진 삶… 비극적 전쟁… 순수한 사랑…

빅토리아 히슬롭은 지중해의 작은 섬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바탕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섬의 이름은 스피나롱가(사진). 나병환자들이 수용돼 죽음을 기다리던 곳이다.

소설은 런던에서 시작한다. 자의식이 강한 여성 알렉시스는 크레타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머니 소피아가 감춰온 과거의 삶을 들춰보기로 결심하고 여행을 떠난다. 크레타 섬의 북서쪽 마을 플라카에 도착한 알렉시스는 그 마을이 과거 그리스의 나병환자 요양소로 쓰이던 스피나롱가 섬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알렉시스는 옛 친지인 포티니를 통해 어머니가 평생 동안 깊이 묻어 왔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외증조 할머니와 외할머니, 이모 할머니 그리고 비극적인 병과 전쟁, 그 모든 것을 묵묵히 이겨낸 가족들의 헌신적인 삶과 이들의 순수한 사랑이 펼쳐진다.

소설의 가장 큰 뼈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자매의 이야기다. 아름다운 만큼 야망도 큰 강한 성격의 안나(외할머니)와 순종적이고 성실하며 분별력이 있는 마리아(이모 할머니). 허영심에 가득찬 안나는 지방유지 집안의 맏아들인 안드레아스에게 시집간 후 아버지와 여동생을 냉담하게 대한다. 하지만 마리아는 집안 일을 도맡아하며 아버지를 정성껏 보살핀다. 마리아는 엄마 엘레니의 따스한 성격과 빼어난 미모를 닮았지만 잔인한 병의 숙명도 닮고 만다.

소설의 무대가 된 스피나롱가는 크레타 섬 북쪽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1903년부터 1957년까지 나병환자 요양소로 이용된 이 섬은 현재 아무도 살지 않으며 단지 관광객들이 찾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