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의 나라’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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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역사 / 보리스 파우스투 지음, 최해성 옮김 / 그린비

열정적인 삼바축제와 카니발, 축구, 커피, 브릭스(BRICs)의 선두주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 몇몇 단어만 보더라도 이 단어들이 상징하는 나라가 브라질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책은 1500년 포르투갈인들이 처음 남아메리카에 도착한 시점부터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500여년간 브라질이 겪은 변화와 성장과정을 압축적이고 짜임새 있게 설명한다. 유대계 출신으로 브라질과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역사가의 한 사람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저자는 한반도의 약 38배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에, 너무나도 상이한 특색을 지닌 지역들로 분리된 브라질의 역사를 쉽고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풀어낸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시기, 제정기, 제1공화국, 바르가스 체제하의 신국가, 두트라 정권기, 1990년대 브라질의 사회경제사를 집약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500년경 신대륙 상륙으로 시작된 포르투갈의 식민지배체제는 1700년대 후반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유럽의 계몽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브라질 태생의 지식인들이 귀국해 식민체제에 대한 저항의 기운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민종주국 포르투갈 내부에서 벌어진 1820년대 군인들의 반란 등이 겹치면서 식민지배는 끝난다. 브라질은 1820년대에서 1890년대까지의 짧은 제정기를 거쳐 제1공화국을 건설하게 된다. 하지만 ‘1930년 혁명’으로 불리는 공화국 내 군부의 주도로 이 체제는 막을 내린다.

이후 상파울루주 대통령 후보였던 제툴리우 바르가스의 집권하에 신국가 체제가 들어선다. 바르가스는 브라질 근현대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중앙집권화를 통한 사회통합, 강력한 산업화 추진, 친노동자적 포퓰리즘에 입각한 대중정치를 펼쳤다. 특히 인플레이션 억제에 성공함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찾고 실질 임금의 상승을 통해 노동자의 삶을 이전보다 안정되게 했다. 하지만 ‘신국가’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기존 국가체제와 달랐던 바르가스 정권은 일련의 파업과 2차 세계대전 참전 여파로 1945년을 즈음해 막을 내린다.

책 속에 투영된 20세기 중·후반 브라질 역사는 포퓰리즘적 복지정책과 독재체제가 교차하는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된 것은 산업화를 기반으로 한 근대화의 전략과 일종의 정치 개방의 성격을 갖는 민주화의 요구였다. 수많은 시위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1989년 실시된 대통령 직선제는 ‘민주화’의 토대를 만들었다.

식민지 경험에서부터 근대화를 위한 중앙집권적 산업화 정책, 그리고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유사한 길을 걸어온 ‘브라질의 역사’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통사(通史)로써 브라질의 역사를 전면적으로 개괄한 이 책은 브라질을 이해하는 길라잡이로 부족함이 없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