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준현이 ‘개그 콘서트’의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위쪽)와 ‘네 가지’에서 열연하고 있다. KBS 제공
시중에 떠도는 유머 시리즈의 하나.
‘동굴 탐험을 하는데 안내 팻말에 이렇게 씌어 있었다. 이 동굴에서는 바다생물의 이름을 말하면 죽는다. 팻말을 본 김준현이 말했다. 고래∼?’
이 유머를 듣고 웃음을 터트리면 개그맨 김준현(32)의 유행어 ‘고래∼?’를 알고 있는 것이다. 김준현은 엉뚱한 주장을 펼치다가 상대방이 옳은 말을 하면, 금세 꼬리를 내리며 익살스러운 어조로 “고래∼?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 하겠다”라고 하는 유행어를 퍼트렸다.
▲‘고래~?’= 2007년에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요즘 ‘개그 콘서트’(개콘)의 코너 ‘비상대책위원회’ ‘생활의 발견’ ‘네 가지’ 등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세 개그맨’이 된 그는 개콘 공연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CF(상업광고) 촬영 등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KBS 인터뷰실에서 김준현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개그맨에게 바쁜 것은 나쁜 것과 동의어 아니냐.”
그는 자신의 유행어인 ‘고래∼?’를 외칠 때의 표정이 돼 고개를 끄덕거렸다. “요즘 지친다는 느낌이 있어서 한 달에 이틀 정도는 쉬며 혼자 있으려고 합니다.”
짧은 기간에 인기를 얻은 스타들에겐 졸부(猝富)의 교만 같은 것이 절로 스미는데 그는 어떨까. “너무 피곤해 죽겠는데 팬분들이 몰릴 때가 있어요. 힘들지만 사인해 드리고 사진을 함께 찍고 하는 것은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저를 좋아해 주시는 눈빛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친한 동료들이 장난을 치는 데도 화를 낼 때가 있어요. 이번에 ‘개콘’ 녹화 끝나고 (공채 동기인) 허경환이 발로 차더라고요. 장난을 한 것인데, 녹화 때문에 피곤했던 탓에 화를 내버리고 말았어요. 저도 모르게 교만해진 게 아닌가 되돌아봤어요.”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나운서를 꿈꾼 적이 있다. 현재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 김상근씨는 한때 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PD로 직종을 바꿔서 ‘TV는 사랑을 싣고’ ‘체험 삶의 현장’ 등을 연출했다.
그는 아버지에 관한 ‘비화’를 요즘에 방송국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집에서 ‘에헴~ ’하며 자식들에게 엄한 편이셨는데, 방송국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늘 사회를 봤던 활달한 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제가 개그맨 되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으셨나 봐요.”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 하겠다’=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인기를 얻은 유행어는 일부러 만든 것일까. “아니에요. 아이디어를 짜다가 잘 나오지 않아서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 하겠다’고 했더니 동료들이 ‘그거 재밌다’고 해서 대사로 집어넣은 것이지요.”
그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김준호, 김대희 등 선배들로부터 연기를 배운다고 했다. 공채 동기들에게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 김원효, 최효종, 이광섭, 송준근, 양상국, 정범균, 김지호, 장도연, 곽현화 등.
“동기들이 참 소중합니다. 데뷔 초기에 힘들 때 제작진과 선배들에 관한 ‘뒷담화’를 함께 하며 초조감을 떨쳤던 것 같아요.”
그는 대학(한국외국어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대학교는 점수에 맞춰 갔지만, 학과는 제가 골랐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로 알고 싶어서 철학과에 갔지요. 그런데 가서는 놀았죠, 뭐.(웃음)”
그는 대학 기숙사 축제에서 우연히 사회를 본 후에 축제 단골 진행자로 활약하면서 개그맨을 지망하게 됐다. 졸업 직후 대학로 소극장에 들어가 월 15만원씩 받으며 연습생 생활을 2년 가까이 했다. “박영진, 박성광 같은 친구도 함께 생활했는데, 그때 고생한 것이 지금도 큰 힘이 됩니다.”
그는 2006년 개그맨 시험을 봤다가 최종 면접서 떨어졌는데, 그것을 계기로 KBS ‘폭소클럽’ 시즌 2에 발탁돼 ‘미스터 귀족’이라는 코너를 맡게 됐다. “개그맨 지망생이 한 코너를 진행하게 됐으니 대단한 것이지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한 번은 녹화를 펑크냈어요. 개그맨을 그만두자는 생각이었는데, 연출자가 엄청 욕을 하면서도 다시 나오라고 쿨하게 말해 줘서 계속하게 됐지요. 그때의 연출자가 지금 ‘개콘’을 맡고 있는 서수민 PD입니다. 사람 인연이란 게….”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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