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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정치] 배영순의 방하 한생각 게재 일자 : 2012년 04월 05일(木)
정치에도 셀프(self)의 시대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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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솝우화 중에 ‘왕을 원한 개구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의 요지인즉 이렇다. 개구리들은 쾌적한 연못에서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개구리들은 자기들보다 더 훌륭한 통치자가 있으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제우스신에게 자신들을 다스릴 왕을 보내줄 것을 간청했다. 제우스신은 스스로 평화롭게 살 줄 모르는 개구리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물뱀 한 마리를 연못으로 보냈다. 물뱀은 식사 때마다 개구리를 잡아먹었고 마침내 개구리들은 완전히 소탕되었다.

‘왕을 원한 개구리’ 이야기는 ‘스스로 다스리기’(self governing)를 포기한, 삶의 주인성을 상실한 자들의 비극을 우화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

최근 유럽에서 self-governing이란 개념이 등장하고 self-democracy는 개념도 등장하고, self-politics란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식당이나 주유소의 셀프서비스(self-service)에는 익숙하다. 그런데 셀프서비스가 이제 정치의 영역에로, 미래의 사회적 구성원리로 등장하고 있다는 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self-governing, self-democracy, self-politics란 개념이 등장하는 배경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짙은 회의 때문이다. 이를테면, 민주적 가치란 것이 더 이상 역사를 추동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회구성의 원리적 가치로 기능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진정한 민주적 가치가 지금까지 실현된 바도 없고, 실질적으로 가동된 바도 없다는 것, 민주제도라는 것이 권력 또는 권한의 위임형식을 빌었을 뿐이지 사실상은 민주주의가 된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미 민주적 제도 장치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삐걱거린지 오래이고 이미 고장난 시계처럼 멎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민주주의를 대체할 당장의 뚜렷한 대안이 없기 민주주의의 폐기를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민주적 가치에 미련을 갖고 복원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민주적 가치의 실현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self-governing, self-democracy, self-politics라는 개념들이 등장한 배경이다.

2.
위에서 보다시피, ‘셀프(self)’라는 개념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게 간단치 않은 사태다. 이전에는 셀프(self)가 아니라 엮는 것, 연결성, 집단화, 조직화에서 사회구성의 개념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self를 말하고 있다.

‘self’라는 말은 에고(ego)와 다른 의미다. ‘self’는 본래의 모습, 그리고 타율적이지 않는 스스로의 행동원리, 자율성의 함의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self-politics’는 자율성의 원리, 이것을 본위로 하여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그럴 때만이 개인도 사회도 본래의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율성을 죽이고 있는 기성의 인위적 민주제도, 부패와 무능의 늪에 빠져 있는 민주제도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self-politics는 단순한 정치적 대안 이상으로 역사적 자기 구원의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elf-governing, self-democracy, self-politics는 개인주의적 지향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별화, 파편화와는 다른 이야기다. 자연지리적이든, 문화적이든, 또 생활세계의 단위이든 간에 자연스럽게 한 덩어리로 같이 움직일 수 있는-공동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공동으로 하되, 공동이 안되는 부분을 억지로 하나의 체제나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내는, 그런 억지 행정이나 정치, 통치 내지 관리방식은 폐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공유와 분산의 자율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동양적 개념으로는 대동각립(大同各立), 각립대동(各立大同)의 경세(經世)의 개념에 근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게 미래적 사회성의 코드라고 할 수 있다.

경세라는 말은 인류보편적 가치의 경영, 인간과 자연과 사회를 체계화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의 경영, 그런 함의를 갖고 있다. 그래서 영문개념으로 본다면 self-governing은 자치, self-politics는 경세에 근사한 것으로 보인다,

자치(自治)라는 개념도 좀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자치는, 행정자치, 분권적 자치의 의미의 것이지 self-governing, self-politics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self의 의미를 잘 볼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구성원 각자가 self 대 self로서, 등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지배와 피지배, 군림과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self-politics는 평등성의 자각에 기초한다.

아무튼 ‘self’의 시대다, self-politics를 말하는 시대다. 돌아보면, 기성의 민주제도라는 것은 self가 실종된 집단적 democracy였다. 말인즉 권한의 위임이라는 형태 - 그걸 대의제, 정당대의제도 등으로 표현했지만 이런 중간자-브로커가 있는 매개개념이 있는 민주주의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 그래서 매개개념을 제거한 self-democracy, self-politics를 말하고 있다. 이는 정치사에서도 셀프(self)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진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배영순(영남대 국사과교수/ baeysoon@yumai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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