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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4월 06일(金)
조선시대 ‘공神’ 16명… 그들만의 공부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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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선비의 공부의 목적은 일신의 안락과 영달에 있지 않았다. 자기완성과 공동체의 행복증진에 있었다.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 이수광 지음 / 해냄

공부는 왜 하는가. 명문대학에 진학, 의사나 판·검사, 변호사 등 ‘사’자를 단 직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학교수 같은 존경받는 안정된 직업을 영위하다가 기회를 봐 권력을 잡기 위해서도 아니다. 대기업에 취직, 승승장구하며 능력있는 배우자를 만나 자식들에게 좋은 사교육을 시켜 편안한 삶을 대물림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공부의 목표는 자기완성과 공동체의 행복에 있다. 조선을 지배한 성리학에 대해 당쟁과 공리공담만 일삼은 잘못된 공부로 오해하는 편견이 많은 데 이는 상당 부분 일제의 식민사관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그런 허약한 담론으로 새 나라를 열 수도 없고, 또 그 나라가 오백년이나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권력에 아부하는 학문을 경계한 점필재 김종직, 조선의 성리학을 집대성한 퇴계 이황, 실천하는 학문을 주장하며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한 율곡 이이, 벼슬을 거부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 남명 조식을 비롯해 다산 정약용, 담원 홍대용, 연암 박지원과 같은 실학자, 스스로 ‘책만 읽는 바보’라 부르며 하루도 고서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 청장관 이덕무와 여성백과사전을 펴낸 여성선비 빙허각 이씨 등 조선 선비 16명을 통해 요즘의 이악스러운 공부세태에 정신이 번쩍 나도록 죽비를 치고 있다.

또 당시 잡학으로 취급, 선비의 공부가 아니었던 의학에 전념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양반의원 몽수 이헌길, 한 번 책을 잡으면 날이 가고 달이 가는 지 몰랐던 ‘책벌레’ 괴애 김수온, 벼슬도 마다하며 여든이 넘어 죽을 때까지 학문에 전념한 ‘백의정승’ 명재 윤증, 유기장인으로 열심히 공부해 이이와 같은 당대의 학자들과 교류한 시은 한순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공부의 달인’ 16명의 학문의 비법을 통해 공부하는 진정한 재미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 사대부들의 정신적 영수 김종직은 학문이 진실을 위한 것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세조3년(1457년) 밀양에서 경산(현재 성주)을 지나다 답계역에서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지어 세조의 권력찬탈을 비판했다. 이 제문은 그의 제자 김일손에 의해 사초에 올라 연산군 시절 엄청난 사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종직은 학문하는 데 있어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제자 김굉필이 뒤늦게 독서를 시작, 과연 뜻을 이룰 수 있을까 걱정하자 그는 “학문을 하는데 늦고 빠름이 어디 있느냐”며 “나는 새벽닭이 울 때 일어나 세수를 하고 단정하게 앉아 책을 읽는다. 네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와 같이 하면 크게 발전할 것이다”고 충고했다.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한 김굉필은 사후 영의정으로 추증되는 등 그의 제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제자로 꼽혔다.

이황은 같은 책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깊이 사색했다. 반복학습을 통한 깊은 사색의 결과 조선의 성리학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 이황은 벼슬보다 학문을 우선했다. 50세가 되자 안동 퇴계리에 거처를 마련, 은퇴하고 인재 양성에 힘썼다. 임진왜란 때 전사한 김성일, 영의정을 지낸 유성룡이 그의 제자다. 이황은 또 벼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년 동안 도체찰사가 돼 봉사하다가 다시 하회마을로 돌아가 학문에 전념했다.

이이는 학문이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선비는 바른말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선조 즉위초 이이는 영의정 이준경 등의 반대에도 불구, 을사사화 때 선비들을 해치고 공을 가로챈 윤원형 일파의 위훈삭제를 41번이나 상소를 해 마침내 뜻을 이뤘다.

실학을 집대성, 수많은 저서를 남겨 조선 최고의 지식인으로 평가받은 정약용은 이해가 될 때까지 묻거나 읽고 또 읽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정약용은 또 신중하게 생각하고 명백하게 분별해 지조 있게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박지원은 독서가 늦었다. 동료들이 서너 장을 읽으면 겨우 한 장을 읽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책을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거경궁리(居敬窮理)라고 문장의 내용을 심문하듯이 연구하고 깨달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는 ‘열하일기’를 비롯해 ‘허생전’ ‘양반전’ 등 주옥같은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홍대용은 지동설이 조선에 유입되기 전에 이를 받아들여 지전설(地轉說)과 우주무한론을 주장하며 중화사상을 배척, 천문학과 자연과학을 발전시킨 이례적인 선비다. 그가 지은 수학책 ‘주해수용(籌解需用)’은 구구단을 조선에 처음 소개, 응용하는 등 오늘날의 수학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 놀랍다. 이는 그가 “큰 의심이 없이 큰 깨달음이 없다”며 성리학을 비롯해 모든 것에 회의한 공부자세 때문이었다.

김승현 선임기자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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