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숙취 싹… 나른한 몸 깨우는 토종 허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예천군 개포면 풍정리 한 비닐하우스에서 주민들이 수확한 머위를 보여 주며 활짝 웃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머위. 경상도에선 ‘머구’란 방언으로도 불리는 머위는 예부터 조상들이 먹을 게 없는 춘궁기에 즐겨 먹던 산나물이다. 당시 서민들은 줄기와 잎으로 갖가지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곰취를 꼭 빼닮아 ‘곰취 사촌’으로 일컬어지는 머위는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원래는 5월 초순 논과 밭두렁, 야트막한 야산에 많이 자라지만 근래 들어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으며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돼 일찌감치 봄철 식탁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개포면 풍정리 이상배(54)씨의 비닐하우스에는 온통 파릇파릇 자란 머위가 가득했다. 이씨는 비닐하우스 5동(2970㎡)에서 머위를 수확,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는 “봄철 춘곤증과 식욕 부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좋다”며 수확한 머위를 보여 줬다.

“곰취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에 이씨는 “곰취는 잎끝 부분에 주름이 많고 줄기가 가는 반면, 머위는 이보다 주름이 적고 줄기도 더 굵다”고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식용 머위를 독성이 있는 ‘털머위’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씨에 따르면 머위는 잎 모양이 둥글고 엷으며 연한 녹색으로 광택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털머위는 잎에 갈색 털이 많다. 또 짙은 녹색을 띠는 잎은 두껍고 각이 져 있으며 광택이 난다.

마침 이날 오후 들어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동네 노인 10여명이 일손을 멈추고 이씨 집에 모였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노인들을 위해 갓 수확한 머위로 머위국, 머위무침, 머위줄기볶음, 머위장아찌, 머위계란말이, 생머위 등을 푸짐하게 내놓았다. 이 중 쌉싸름한 맛을 내는 생머위 잎에 싸 먹는 수육이 인기가 좋았다.

노인들은 “머위는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없애 주는 데 손색이 없다”며 “농사일에 지칠 때 머위 잎에 수육을 싸서 한입 먹고 막걸리 한잔을 걸치면 금세 기운을 차린다”고 입을 모았다. 김옥이(88) 할머니는 “머위는 예부터 건강 채소로 많이 이용됐다”며 “변비와 숙취 해소를 위해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머위 잎과 꽃을 우려낸 차를 4~5컵 정도 마시면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일찍 깨 영감에게 많이 만들어 줬다”며 “특히 입 냄새도 없애 줘 예전에는 머위차로 입을 헹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머위는 비타민A, 칼슘 등 무기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중풍, 천식, 기침 등의 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쌉싸름한 맛과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어 ‘토종 허브’로도 불린다. 유럽에서는 암 환자의 통증을 없애 항암제로 사용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머위는 12월 첫 수확 후 봄철인 이듬해 3월~ 5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채취한다.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금세 돋아나 7~10일마다 줄기를 솎아 여러 차례 수확한다.

성백경(49)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머위는 저온성 식물이어서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해도 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며 “노동 절약형 채소로, 약간 습한 토질이면 어느 곳에서나 비닐하우스 재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풍정리에서는 이씨를 비롯해 10여개 농가로 구성된 머위작목반이 1㏊의 비닐하우스에서 머위를 재배 중이다. 오는 5월까지 2.4t의 머위를 출하, 1억여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성씨는 “이곳에서 출하되는 머위는 자연 퇴비를 사용하며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풍정리에서 수확한 머위는 예천군 농산물 판매 홈페이지 ‘예천장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데 1㎏에 7000원이다. 예천군은 농산물 시장개척단을 통해 풍정리에서 수확 중인 머위를 전국에 홍보하고 있다.

예천 = 글·사진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