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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4월 13일(金)
‘경쟁’이 있어야 당신의 심장도 뛴다
일·스트레스에서 탈출? 무한휴식은 사실상 ‘毒’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러쉬 / 토드 부크홀츠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직장 생활은 흔히 ‘정글’, 총성 없는 전쟁터’ 등으로 비유된다. 인센티브제나 인사고과제 등은 무한 경쟁의 숨 가쁜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한다. 어디 직장 생활뿐인가. 학교는 치열한 입시 경쟁의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못 이겨 세상을 등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경쟁’은 썩 좋지 않은 이미지로 사람들 머리에 각인돼 ‘경쟁 혐오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경쟁의 이점을 새롭게 조명하며 경쟁이야말로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고, 더 공정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더 훌륭하게 만들어 준다는 주장을 펴 흥미롭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이롭고, 조직의 내부 경쟁은 사기를 올려 주며, 부자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의 저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행복에 관한 믿음은 잘못된 것이며,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마냥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항해 도전하고 경쟁하며 바쁘게 움직일 때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 준다고 말하는 행복 전도사들은 경쟁이 불평등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환멸을 느끼며, 그래서 불행하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이 같은 ‘조언’은 무책임하고 때로 해롭기까지 하다고 역설한다. 행복 전도사들은 과거의 평화롭고 단조로웠던 에덴으로 돌아가면 우리 인간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실제로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윌든 호숫가를 찾아감으로써 그 본보기가 됐다. 저자는 이들을 ‘에덴주의자’라고 부르며, 행복 전도사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거침없는 반박을 편다. ‘경쟁의 고삐를 늦춘다고 해서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논리다.

“우리는 일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은 생명을 연장시킨다. 게다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게으른 사회는 도태되고 게으른 사람은 단명한다. 경쟁이 우리를 부추긴 결과, 우리 삶은 나아지며 행복을 성취할 기회도 그만큼 많아진다.”

책에 따르면 2010년 미국 CBS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 ‘60분’은 덴마크인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으로 꼽힌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덴마크를 ‘바이킹의 후예가 일군 행복의 낙원’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덴마크 인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국민의 기대 수명은 낮은 수준이다.

또 프랑스는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이 풍족한 나라로 꼽힌다. 복지가 잘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일찍 은퇴한다. 미국에서는 60대 남자가 50대 남자보다 3분의 1가량 일을 덜 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80~90%가량 일을 덜 한다. 두 나라 60대 남자의 인지 능력을 비교한 결과 미국인에 비해 프랑스인이 두 배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의 ‘자존감 함양’이 강조되면서 시험이 거의 없고 등수를 매기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자존감과 어린이’에 관한 수백 편의 논문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다고 해서 성적이 향상된다거나 폭력 행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는 없었다.

이 같은 연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 뇌와 몸이 살아 있다는 느낌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스트레스와 경쟁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저자는 특히 경쟁 사회에 존재하는 변동성에 주목한다. 미국의 아주 가난한 집 아이들 가운데 반 이상이 나중에 어른이 돼 궁핍에서 벗어나며, 짧게는 10년 단위로 보더라도 변동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쟁에 기반을 둔 경제 체제에서는 사람들이 앞을 내다볼 권리가 있고 능력을 발휘해 정신적 만족뿐만 아니라 물질적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의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제학자가 본 행복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뇌과학, 인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토대로 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아울러 저자의 위트 있는 문장을 고스란히 살린 매끄러운 번역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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