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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4월 13일(金)
주인 잃어버린 한국전쟁 인민군의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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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이흥환 엮음 / 삼인

“서산에 해가 질 때는 집 생각은 끝없이 나고 있다. 나는 폭격을 세 번 겪고 죽을 뻔하다 살아났으나 지금도 밤낮없이 비행기는 상공에 떠돌고 있다. (중략) 나는 이만 하고 너는 몸조심하고 공부 열심히 하여라. 이만 끝.”

6·25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 가까이 된 1950년 9월18일. 평북 정주군 마산면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누나가 자강도 진천군에 사는 남동생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편지에는 전쟁의 고단함과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 있다.

이 책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는 6·25전쟁 중 미군이 대량으로 노획한 북한 문서 중 미수신 편지·엽서를 골라 실물 사진과 함께 그 내용을 소개했다. 미국 워싱턴 인터내셔널센터 키손(Korea Information Service on Net) 프로젝트의 이흥환 선임편집위원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 서고에서 발견한 편지 1068통 중 113통을 전했다.

편지 68건은 따로 옮긴 편지글과 설명을 함께 싣고, 나머지 45건은 화보로 구성했다. 신문지 한 귀퉁이를 찢거나 누런 마분지 조각을 구해 촘촘하게 쓴 편지들은 6·25전쟁 발발 전후인 1950년대 쓴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1950년 9, 10월 평양중앙우체국 소인이 많은 것으로 보아 미군이 평양 점령 당시 미처 배달되지 않은 편지를 대량 노획한 것으로 이 위원은 추측했다. 북한 내에서 오간 것이 다수이지만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또 헤이룽장(黑龍江)·산둥(山東)성 등 중국과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등 소련으로 오간 것도 있다.

저자는 “이 편지들은 개인 사이에 오간 사신(私信)이지만 헝클어졌던 한국 현대사의 한 시기를 조명하는 1차 사료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전쟁문학’이라는 이름을 갖기에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현재 미국 정부의 소유물로 돼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보고 편지의 주인이 나타난다면, 그래서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이 편지 묶음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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