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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4월 13일(金)
번영과 정복의 확대가 로마 파멸 불렀다
제국의 몰락 5가지 원인분석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로마제국 쇠망사에드워드 기번 지음, 이종인 편역 / 책과함께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책이다. 1776년 출간된 원저는 당대의 베스트셀러였을 뿐만 아니라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로마사에 관한 최고의 명저 중 하나로 꼽힌다. 서기 2세기 이후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이르는 로마제국의 역사를 알기 위한 기본문헌으로서 확고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명실상부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고전이라 했던가. 이 책 역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 정작 독파를 한 이는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200자 원고지 2만장 분량의 원저는 방대하기 그지없다. 요즘 나오는 짧은 장편소설로 치자면 무려 20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이번에 나온 편역서는 이처럼 방대한 원저를 단 한 권의 책으로 간추렸다. 뚜렷한 스토리라인과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핵심을 추려낸 축약본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저를 소홀히하거나 훼손한 것은 아니다. 총 71장에 이르는 원저의 관련 주제들을 모두 전달하되 3분의 1 분량으로 줄였다. 원저의 각주들을 생략하고 가급적 역주 없이 본문만 읽어도 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로마제국의 쇠퇴는 그 거대한 규모가 초래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결과였다는 것이 저자 기번의 기본시각이다. 번영이 쇠퇴의 원리를 숙성시켰고, 정복의 확대와 함께 파멸의 원인도 커졌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은 자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무너져 내렸다. 제국의 번영과 평화 자체가 그 생명력을 앗아갔던 것이다. 콤모두스 황제, 카라칼라 황제와 같은 전제 지배자의 타락과 지나친 세금은 제국을 경제적으로 파멸시키고 심각한 무질서를 초래했다. 따라서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마제국은 내부로부터 해체됐다. 변경 바바리안들의 로마 침략은 최후의 일격이었다.

로마제국의 분열과 몰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기번은 이를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단 한 사람의 지배자에게 권력이 집중되지만 이 지배자를 선거로 뽑는 제도가 없었다는 것, 둘째 빈부격차의 확대, 셋째 군비증강과 과도한 세금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이 약화된데다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 넷째 중산층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부유층이 사치를 일삼으며 통치의 책임을 회피한 것, 다섯째 관료제적인 중앙정부가 민중으로부터 유리되고 법과 질서가 무너진 것 등이다.

‘로마제국 쇠망사’가 출간되자마자 주목받은 데는 무엇보다 기번의 뛰어난 문체가 한몫을 담당했다. 형용사를 교묘하게 구사하는 그의 문체는 주옥같은 명구들과 함께 이 책을 명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예컨대 이런 명구들. ‘황제의 총애는 권력을 부여하지만 민중의 존경심은 권위를 부여한다’, ‘바바리안은 로마의 법률에서 정의를 배웠고 기독교의 복음에서 자비를 배웠다’, ‘대화는 이해력을 높여주지만 고독은 천재성의 학교다’ 등등.

이와 아울러 기번의 상상력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작가적 상상력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서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특히 서술 대상에 자신을 온전히 투영시킴으로써 작품성을 제고하고 있다. 편역자는 축약 과정에서 원저의 핵심을 취하되 지엽적인 대목을 과감히 들어냈다. 지리나 민속, 전투대형, 군사작전, 중세 귀족의 족보 등 주요 스토리라인과 상관없는 장면들이다. 그 결과 단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로마제국 쇠망사’가 탄생했다. 이번 기회에 고전을 접해 보시길.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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